경쟁기업 알고리즘 이용해 가격, 공급량 결정 담합 소지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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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디지털경제 불공정 거래' 감시에 나선다.

빅데이터 시대를 대비해 특정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점검하기로 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이슈로 대두된 '알고리즘 담합' 감시를 천명했다. 경쟁 기업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품 가격·공급량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행위 등을 담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디지털경제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를 위해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비가격 경쟁' 시장 분석에 나선다. 기존의 '가격 경쟁' 기반 경제 분석 방식에서 탈피,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거래까지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실었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신산업 분야의 경쟁 제한 행위를 감시하겠다”며 '알고리즘 담합'과 '데이터 독점'을 거명했다.

지난달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미래 역할'을 강조하며 구글, 페이스북 등의 빅데이터 독점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고리즘 담합에 대한 감시, 비가격 경쟁 시장 분석 역시 “미래 신산업을 지탱할 시장 구조 조성”이 공정위의 새로운 역할이라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기업 간 직접 의사 교환 없이 상품 가격·공급량 등을 동일하게 결정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에서 우버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요에 따라 가격을 변경, 뉴욕지방법원은 이를 우버 기사 간 묵언의 담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정기회의에 대표단을 파견, 알고리즘 담합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공정위는 OECD 보고서를 인용해 “알고리즘은 경쟁 촉진, 제한 효과가 모두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시장의 투명성과 가격 설정 가변성, 상호작용을 증대시켜서 담합 발생 위험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알고리즘 담합 감시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제도 등 정책 방향에 관련될 수 있는 만큼 실무 차원에서 관련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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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비가격 경쟁 시장 분석도 디지털 경제의 불공정 거래 적발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과업 지시서에 '네이버, 카카오 등의 비즈니스 전략 파악'을 명시했다. 포털,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무료 서비스 시장에서 이들 기업이 어떻게 시장 지배력을 유지·강화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행위 혐의는 없었는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의 공정위 방식으로는 적발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행위까지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알고리즘 담합 감시, 데이터 독점 점검, 비가격 경쟁 시장 분석은 '디지털 경제 불공정 거래 억제'라는 하나의 목표를 염두에 둔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11월 연구 용역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정책 운용, 경쟁법 집행에 반영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디지털 경제화, 비가격 경쟁 심화로 전통의 가격 효과 분석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정확한 경쟁 효과 판별·예측이 어렵다”면서 “휴대폰 앱, 인터넷 검색 엔진 등은 상당수 무료로 제공돼 가격에 기초한 경제 분석 기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