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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편의를 위해 추진 중인 신용카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사업에 또다시 수수료 분쟁이 발생했다. 정부 중재로 마련된 밴(VAN)대리점 수수료 분담 조정안이 무색해졌다.

카드사가 연이어 수수료 분담 인하안을 통보해 밴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 무서명거래 정책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회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비씨카드가 밴 대리점 수수료를 15원에서 12원으로 인하하겠다고 밴사에 통보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지난해 5월 서민 편의를 위해 5만원 이하 카드 거래에 대해 무서명 거래를 도입했다. 무서명 거래가 도입되면서 사실상 밴 대리점이 수행했던 전표매입 수거 업무가 필요 없어져 영세 밴대리점은 도산 위기로 내몰렸다.

밴대리점은 가맹점에서 카드 전표를 수거해 전달하는 대가로 전표매입 수수료를 받는데, 무서명거래가 시행되면서 수거해야 할 전표가 줄어 밴대리점 수익 감소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와 밴사가 논의 끝에 이를 보전해 주기로 합의했다. 밴대리점 전표매입 수수료 1건에 발생하는 36원 가운데 카드사와 밴사가 각각 18원과 12원을 보전해 주고 밴대리점이 손실 6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절반의 비용을 카드사가 분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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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에 이어 비씨카드까지 책정했던 분담금이 과하다며,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 게다가 밴 정률제가 도입되면서 카드사는 무서명거래 분담금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미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는 수수료를 소폭 인하했다. 최근 비씨카드까지 가세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밴 업계는 카드사가 연이어 사회적 합의를 깼다며 반발했다.

한 밴사 관계자는 “당초 분담금을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카드사가 이를 깨는 것은 밴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카드사의 이 같은 행태가 밴 수수료 인하로 불똥이 튈까봐 제대로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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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서명 거래 도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수수료 분쟁에 따른 관리 부실로 인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대형 밴사는 아예 무서명 거래 확산에 손을 놓고 있다.

무서명 도입 가맹점이 늘수록 밴사의 역마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보존 분담금이 인하되면, 그 액수만큼 밴사가 돈을 메꾸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편 카드업계는 수수료 분담 조정안은 매년 협의를 통해 산출할 수 있다고 맞섰다. 즉 수수료 분담안이 한시적인 합의라는 것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무서명 거래 도입 시점에 비씨카드는 이후 수수료에 대해 밴사와 재협상하기로 합의했다”며 “올해 초 부터 수수료 관련 조정안을 밴사에 제시하고 협상을 요구했지만 밴사들이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지난달부터 약정에 따른 재협상을 촉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