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세 번째로 성층권을 뚫은 국산 드론이 배터리에 발목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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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드론(EAV-3) 비행 장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태양광 드론(EAV-3)을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 중순 고도 18.5㎞ 상공에서 90분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항우연은 올해 비행 계획을 접었다.

첫 비행 당시와 비교해 이렇다 할 기술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탓이다. 배터리가 말썽이다. 주·월 단위로 성층권을 누비며 작전을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최대 24시간을 띄울 수 있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영국 키네틱사가 만든 '제퍼(Zephyr)'는 최근 2주간 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개발한 리튬황 전지를 탑재한 덕분이다. 리튬이온 전지 대안으로 주목받는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저장 용량이 크다.

국내에서도 리튬황 전지 연구가 한창이지만 양산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자가방전과 전극이 부풀어 오르는 문제 때문이다. 항우연 드론은 리튬이온 전지를 쓴다. 배터리 용량은 200Wh/kg다.

미국은 자국 기업과 영국에만 리튬황 전지를 공급한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500Wh/kg 이상 리튬황 전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항우연도 5년 내 500Wh/kg를 달성할 목표다.

다만 페이스북, 에어버스도 성층권 비행에 나서는 등 경쟁자가 갈수록 늘 전망이다. 우리 드론 기술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배터리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우연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이 300Wh/kg 이상은 돼야 성층권 비행이 의미를 가진다”며 “드론 기술만 놓고 보면 미국, 영국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성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물질 조합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장성이 맞지 않아 리튬이온에만 집중하는 실정”이라며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태양광 드론은 낮에 태양광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해둔 뒤 밤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공위성을 보조하는 수단이다.


정해진 항로대로 비행하는 인공위성과 달리 정해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 있다. 통신 중계·기상 관측 등에 활용된다. 성층권은 지상 10~50km 사이 공간을 말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