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2007년 1월 9일 맥월드서 아이폰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가 오페라를 통해 부활했다.

잡스의 생애를 다룬 첫 오페라 '스티브 잡스의 (혁신)진화(The (R)evolution of Steve Jobs)'가 22일 저녁(현지시간) 세계 최대 오페라 축제 가운데 하나인 산타페 오페라 페스티벌 야외무대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오페라는 1965년 잡스의 아버지 폴이 아들의 10살 생일을 맞아 집 창고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해 주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관심을 격려하는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2시간 30분 동안 그의 삶의 중요 순간순간을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 들락날락 거리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2007년 잡스가 '원 디바이스'(특허권 침해로 인해 오페라에서는 애플이나 아이폰이라는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라는 제품을 공개하며 '세상을 혁신시킬 것'이라고 선언하는 장면이 두 번째 신으로 등장했다. 첫사랑인 크리산 브레넌과 만남과 이별, 아내 로렌과의 첫 만남과 결혼 장면, 잡스의 영적 멘토인 일본 선불교 승려 오토가와 고분과의 만남과 그의 죽음에 대한 예언, 잡스의 집 창고에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초기 제품을 만드는 장면 등이 아름다운 야외무대에서 시공을 초월해 등장하고 사라졌다.

19번의 장면 전환 대부분은 프로젝션으로 이뤄졌다. '애플'이라는 회사 이름에 영감을 준 캘리포니아 사과 과수원 설정과 아이폰 출시 행사 무대 등이 대표적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화려한 야경 프로젝션 이미지를 만든 '59 프로젝션'사가 이 작품에 공동 참여했다.

극작가인 마크 캠벨은 CNN 인터뷰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사람에 대한 오페라를 제작하면서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세계 모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의 책을 읽고 그가 만든 제품을 갖고 있어서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작품에서 그를 인간으로 만들어 그의 인생에서 크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것들, 그의 허풍과 진정한 힘 등을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61번째 시즌을 맞는 산타페 오페라는 규모와 예산, 공연 횟수 등에서 세계 최대의 오페라 축제로 불린다. '스티브 잡스의 진화'는 내달 24일까지 공연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