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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경제금융증권부 기자

19세기 미국 전역에서 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들었다. 일확천금 대명사로 꼽히는 '골드러시'다. 당시 실제로 금을 캐 부자가 된 이는 극소수다. 오히려 금을 캐러온 이들에게 곡괭이나 다양한 용품을 판 상인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튼튼하고 질긴 청바지로 인기를 끈 '리바이스' 브랜드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최근에는 가상통화를 향한 골드러시가 이어진다.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수십, 수백배로 치솟으면서다. 규제와 법 제도 손길 밖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광풍이 휘몰아친다. 내재가치 한 톨 없는 디지털 조각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에서는 거래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웃돈'까지 붙었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투기 혹은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이 중국은 '청바지'를 팔았다. 전문 채굴장비를 개발하고 채굴조합을 만들어 비트코인 블록체인 생태계에 영향력을 높였다.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는 채굴사업자와 거래소, 전문 장비제조업체 등이 사무실을 두고 사천과 내몽골 등 내륙 지방에 수백억원을 투자해 대형 채굴장을 설치했다.

비트코인 채굴왕 우지한이 설립한 비트메인의 비트코인 전용 채굴장비 '앤트마이너S9'는 채굴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대만 TSMC의 16나노(nm) 핀펫(FinFET) 전용칩 189개가 탑재된 장비로 옵션에 따라 초당 11.5테라해쉬(TH/s)에서 14TH/s 연산력을 제공한다. 비트코인은 중앙발행기관이 없다지만 채굴장비 제조업체와 대형 채굴조합이 어떤 기술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세가 좌지우지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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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메인 앤트마이너S9

전력비용 대비 채산성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직접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저에서 생태계를 좌우하는 '청바지'를 모르고선 중국을 비롯한 소수 채굴업자 이해관계에 끌려 다닐 뿐이다. 이달 중순 비트코인 분열론과 함께 발생했던 가상통화 가격 대폭락은 이를 재확인시켜줬다.


비트코인 미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 통화체계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대안 화폐부터 거품 가득한 '튤립 경제', 사행성을 조장하는 '바다이야기'까지 비유대상으로 거론된다. 한국은 세계 가상통화 시장에서 거래 규모로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지만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시세가 요동친다. 투자자도 금융당국도 '차트'만이 아닌 청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때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