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백금, 로듐 등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온·상압에서 수소와 일산화탄소의 환원을 일으키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윤호 KAIST 화학과 교수팀이 화학 반응성이 높은 '라디칼'의 원리를 응용, 값싼 니켈 금속으로 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라디칼은 전자가 1개인 화학종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분자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짝수 형태로 결합해 존재한다. 짝 지어지지 않은 전자는 주위와 상호 작용, 안정을 되찾으려 한다. 라디칼의 화학 반응성이 높은 이유다.
연구팀은 이 라디칼을 이용하면 산업에 쓰이는 촉매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 촉매 소재로는 백금, 로듐, 팔라듐, 이리듐 등 드물고 값비싼 금속이 주로 쓰인다. 환원 반응에 고온·고압 공정이 필수여서 부가 비용도 상당하다.
연구팀은 T자 형태의 니켈 리간드를 만들어 라디칼의 성질을 활용했다. 리간드는 인, 질소와 같은 유기 물질로 촉매 금속을 잡아 주는 구조다. 촉매 환원 반응 효과가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T자 형태의 중앙에 라디칼 특성을 띤 니켈을 배치, T자 머리 부분에서 반응이 일게 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검증을 거쳐 T자 니켈 리간드가 작은 분자 활성화와 환원 반응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에틸렌, 수소, 하이드라진, 아세토나이트릴 등과 손쉽게 반응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교내 화학공학과 같은 이종 학문과 협업, 이 기술의 상용화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다. 유·무기 촉매뿐만 아니라 고분자 반응, 재료화학 산업 전반에도 이 기술을 적용한다.
이윤호 교수는 “금속 라디칼을 이용해 전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도 환원 반응에 효과가 있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이 기술은 미래 친환경 화학 산업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