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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전략기술경영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 틀 안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위상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장관급 기관이 됐으니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도 많이 변해야 한다. 물량 지원에서 내실 지원으로, 사업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을의 입장에 있는 중소기업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갑과 대등한 위치로 끌어올려서 나오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중소기업 정책 분야에 30년 동안 몸담았지만 되짚어보니 아쉬움이 많다. 이런 반성을 기초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미력하나마 몇 가지 바람이 있다.

첫째 중소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제시하는 미래 지향의 역할을 기대한다. 중소기업인은 절반 이상이 과당경쟁 시장에 놓여 있다. 수익률이 미미하고, 진입 못지않게 퇴출도 쉽다. 늘 불안하다. 미래 유망 기술과 사업을 제시하는 한편 창업과 사업 전환에 집중했으면 한다. 특히 기존 기술력을 기초로 유사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은 기업 덩치 키우기에 매우 중요하다.

둘째 사업 중심에 중소기업 생태계 복원을 중점으로 두길 바란다. 업종별 규제 완화를 위해 규제 영향평가 제도를 의무화하고, 옴부즈맨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납품 단가 인하와 일감 몰아주기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향상시킨 생산성 향상 분까지 단가 인하에 포함시킨다면 누가 혁신을 하겠는가. 기술 인력 스카우트와 기술 탈취의 경우 징벌성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해서라도 근절해야 한다. 현금 결제 등 소극 형태의 동반 성장에서 공동 해외 진출 등 경쟁력 강화 형태 동반 성장으로의 전환도 시급하다.

셋째 융합 기술 및 정책으로 사업 기회가 확장됐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융합이다.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은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고 이를 자기 사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제조와 서비스 간, 서비스와 서비스 간, 제조와 제조 간 기술 융합을 전개하고 부처 간 및 부처 내 정책 융합도 선도해 주길 기대한다.

특히 문화예술, 체육, 게임, 농림수산, 건설 등 전 영역에 걸친 중소벤처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새 제품의 시장을 열어 주길 바란다. 소상공인의 과학화(Servience)와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무장한 업종별 선도 융합 소상공인 점포 5만개를 만들어 달라.

넷째 중소기업 육성 기조를 본 글로벌 전문 기업으로 두면 좋겠다. 나만 가질 수 있는 전문성, 독보성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을 선별하고 육성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것은 헤르만 지몬 박사의 주장이다. 좁은 시장 영역에서 깊이 매진해 온 기업군이 필요하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며, 건강한 대·중소기업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수단을 맞춤식으로 재편하고 혁신(I)-마케팅(M)-금융(F)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시장, 공공기관으로 납품하면서 애로가 각각 다르다. 좀 더 정교하게 거래 유형별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 300만이 넘는 중소기업 혁신을 위한 전담 기술 연구기관과 정책연구소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중소기업유통센터와 공영홈쇼핑을 통합해 유통공사도 설립하고, 정책 융·자금과 보증도 원스톱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꼭 만들어 줬으면 한다. 중소기업은 그 수만큼이나 애로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정책보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 마음이다. 중소기업인이 살맛난다는 그날까지 장관의 건투를 빈다.

정영태 전략기술경영연구원장(ytjung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