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창 열기 / 닫기
닫기

[이슈분석]창조경제 '꽃'에서 '창업 허브'로 탈바꿈...80조 보증기금 백태

발행일2017.07.17 16:57
Photo Image

“창조경제의 꽃, 기술보증기금이 피우겠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100조원에 이르는 보증기금을 운용하는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불과 2년 전인 2015년에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들 보증 기관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기관'을 표방했다. 수많은 기업에 '맥가이버 칼'이 되겠다며 기업 보증 프로그램과 돈을 쏟아냈다.

창조경제라는 꼬리표를 단 다양한 보증 프로그램이 생겨나자 시장에서는 '창조경제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말이 창조경제지 연구개발(R&D) 연구소나 생산 기지 등을 허위로 만들어서 창조경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대출 은행을 보증 기관이 좌지우지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보증 브로커는 “2005년을 전후해 부실기업도 브로커를 통해 기업 세탁을 하면 창조경제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면서 “그렇게 대출을 받은 기업이 꽤 많았고, 이들 보증 기관은 구상권 상각으로 부실 채권을 처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년여가 흐른 지금 정권이 바뀌자 이번에는 '창업 허브'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신보와 기보가 주도권 싸움에 들어갔다. 창조경제라는 색채를 지워 내고 신보와 기보는 '창업 허브'를 자처했다. 새 정부가 주창하는 4차 산업혁명에 보증을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유사한 중복 정책금융, 좀비기업 양산 여전

올해 상반기 들어와 신보와 기보는 '창업 육성 기관'을 전면에 내세웠다. 보증 프로그램과 조직 개편은 조금씩 달랐지만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발굴'에 맞춰졌다.

지난 2월 신보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창업기업 지원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업 지원 활성화를 위해 4.0 창업부와 창업성장지점을 신설, 창업 관련 기획과 영업 조직을 대폭 확충했다. 창업기업에는 전년 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난 13조5000억원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보도 2020년까지 신규 보증의 80%(연간 8조원)을 창업기업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창업벤처 투자를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창업 보증 연대 보증도 전면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

물론 이 밖의 다양한 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조직과 보증 프로그램, 제도는 창업과 4차 산업혁명에 맞춰졌다.

과거 창조경제 시대와 비슷한 양상으로 개편한 것이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신보와 기보의 차별화 요인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들 보증기관은 용역 컨설팅까지 받으면서 창업 기관 허브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기관별 업무 중첩과 업무 비효율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기관장의 신경전도 여전하다. 황록 신보 이사장과 김규옥 기보 이사장은 이구동성으로 “창업 시작부터 성공, 실패한 기업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신보의 중소벤처기업부 이관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신보의 예산 편성권을 중소벤처기업부에 부여하면서 감독권은 금융위원회에 남겨 두는 내용이 담겼다.

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진흥과 감독의 분리 문제나 신·기보 기능 중복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어 아쉽다”면서 “큰 틀에서 보면 진흥 기구와 감독 기구는 분리돼 상호 견제 및 감시를 해야 정책 실효성,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수차례 흘러나온 통합론이 또다시 불거져 나온 이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보와 기보는 통합 이슈로 몸살을 앓아 왔다. 보증 기관을 이분화해 운영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인 데다 이들 보증 기관의 수장 상당수가 이른바 '낙하산' 인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보의 중소벤처기업부 이관이 확정됐지만 신보 이관 문제로도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비 올 때 '우산'되는 정밀한 통합 정책금융 필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 분야 공약 가운데 의미심장한 말이 있다. 좀비기업이 넘쳐 나고 구조 조정이 지연되는 배경의 하나는 정책 금융의 효율 집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다. 그러면서 정책 금융 기관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정책금융 기관의 재편 작업이 진행됐지만 임기 말에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유야무야됐다.

현행 보증 기관의 사업 형태라면 반복·중복 지원을 받는 경쟁력 없는 기업의 배만 불려 주는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정책 금융 비중은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국책 은행과 보증기관의 자금 공급 규모만 190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을 앞두고 중소기업 정책 금융 체계를 대폭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중복 지원과 관치 금융 등을 이유로 수년째 이어진 신보와 기보 간 통합 논란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을 앞두고 이런 논쟁이 재차 불거지는 이유는 수년 동안 지속된 업무 중복 때문이다. 신보와 기보 간 중복 보증 기업 수는 한때 2만8000여개에 이를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감사원과 국회예산정책처 등이 꾸준히 문제 삼았지만 중복 보증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신·기보의 보증 잔액 대비 중복 보증 비중이 5%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곳에서 자금을 받지 못하면 다른 데서 자금을 받는 등 중소기업이 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으니 중소기업이 정책만 따라다니게 되는 것”이라면서 “심지어 정부가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정책 금융 기관이 동시다발로 유사한 정책 금융을 제공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신보와 기보는 앞 다퉈 투자 기능을 강화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법률 근거 없이 신보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이 기존의 채권 상환을 위해 새 채권을 차환할 때 신보의 보증으로 급한 불을 껐다. 중소기업 보증으로 쓰여야 할 재원이 대기업의 부실을 막는데 쓰인 셈이다.

신보 내부에서 이번 중소벤처기업부 이관을 공식으로는 반대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기류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보 노조 관계자는 “신보가 중소기업에 써야 할 돈을 대기업에 투입하는 것은 정부의 대표 관치 금융 사례”라면서 “관치 금융을 벗어나 새롭게 힘을 지니게 될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되기를 바라는 노조원이 일부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정책 금융 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소기업계와 금융당국, 신보까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7일 국회 인사 청문 답변서를 통해 “위기 시 (신보가) 금융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금융위 산하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지원 효율화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며 신보의 중소벤처기업부 이관이 필요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정책 금융 체제 정비 문제는 정부·여당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우선 논의한 후 2차로 의원 발의 법안을 다각도로 심의해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기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기능 중복 문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비효율 문제는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논의를 계기로 그동안 끌어온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스마트폰에 혹사 당하는 눈, 해결 방법은?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