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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불황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는 카드사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다음 달 정부가 영세가맹점 대상의 수수료 인하를 강행한다. 매출 급감과 불황 등을 이유로 정부 수수료 인하에 반발해 온 카드사들이 실제로는 가맹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수료가 늘면서 배를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8개 시중 카드사의 지난 1분기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2조8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최근 3년 내 연간 최대 실적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비씨, 신한, 삼성, 롯데, 우리, 하나, 현대 등 8개 전업계 카드사들의 1분기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총 2조8246억1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 2조6501억5000만원에 비해 6.6%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2조7350억7800만원)와 3분기(2조7903억9000만원)보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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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가맹점을 포함, 중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카드사는 정부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년간 매출이 지속해서 줄었다고 항변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 증가한 것이다. 기존의 카드사 주장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10% 이상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KB국민카드의 지난 1분기 가맹점수수료 수입은 3908억3000만원으로 전년 3419억2500만원 대비 무려 14.3%나 늘었다. 삼성카드도 1분기 3476억85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3136억5000만원)보다 10.9% 늘었다.

하나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도 가맹점 수입이 평균 5~6% 늘었다.

비씨카드 6837억5100만원 증가(4.1%)를 비롯해 신한카드 5048억800만원(2.4%), 우리카드 2147억3900만원(8.6%), 롯데카드 1691억4900만원(7.6%)을 각각 기록했다.

하나카드만 1분기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1789억1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었다.

지난해 카드사가 벌어들인 가맹점 수수료의 연간 수입은 11조6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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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가 주장하던 수익 저하 전망과는 정반대 결과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 서비스 개선보다 중대형 가맹점 유치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영세가맹점보다 중대형 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과 프로모션 지원 등을 경쟁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신장세는 둔화되고 있다”면서 “이를 소비자 혜택 축소 등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소액 결제와 카드론 대출 부실화 등으로 전체 매출 하락 우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수료율 0.8%가 적용되는 영세가맹점을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연 매출 3억원 이하로, 수수료율 1.3%가 적용되는 중소가맹점은 연 매출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각각 확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시행령을 8월부터 시행한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교(각사 취합)>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교(각사 취합)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