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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 FTA 개정 요구] 車·철강업계 '당혹'…무역적자 원인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 예고

발행일2017.07.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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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국 수술대에 놓인다. 당초 우려된 폐기 또는 전면 재협상이 아닌 '부분 개정 또는 수정'이지만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우리 정부는 개정 협상에 앞서 한·미 FTA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당당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그러나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임 장관이 아직 취임하지 않았고 정부조직법 개정 지연으로 통상교섭본부장도 선임되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다.

◇자동차·철강업계 당혹

한·미 FTA 개정 1순위 분야로 거론되는 자동차와 철강업계는 미국 측의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앞으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은 FTA 개정 과정에서 자동차, 철강과 관련된 큰 폭의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철강은 한국 업체가 덤핑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이후 이들 품목의 교역 추이를 보면 양국 간 입장 차가 있다.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는 한·미 FTA에 따른 미국 측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 주장에 일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FTA로 관세가 인하되긴 했지만 폭이 크지 않아 한국산 자동차의 실익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한국 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부과되는 관세는 2012년 FTA 발효 이후 4년 동안 2.5% 적용되다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전면 철폐됐다.

최근에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 차의 미국 수출은 전년보다 10.5% 감소했다. 이에 반해 미국 차 수입은 지난 5년 동안 지속 성장했다. 2012년 8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30%에 이어 지난해에는 37% 증가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을 요구, 한국에 불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자동차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통상 환경에 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수입 규제로 이미 수출에 차질이 생긴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받은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1차 연도 연례재심 반덤핑 최종 판정에서 최대 24.92%의 관세를 부과했다. 3월에는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이 한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모두 11.7%를 부과했다.

미국 정부는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나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발동 등 제재가 더해질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내 철강업계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부과해 이미 피해를 보고 있는데 어떤 조치를 더욱 강화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관련 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협상 향후 절차는

산업부는 한·미 양국이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만 개정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 요청에 따라 공동위원회를 열어 개정 여부를 검토할 의무는 있지만 실제 협상에 착수하기 위해선 양측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 국내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지 않아 미국 측과 공동위 협의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국장급 관계자를 미국에 보내 USTR와 세부 의제와 개최 시기 등을 조율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개정 협상에 앞서 양국이 FTA 시행 효과를 면밀히 분석, 무역 불균형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공동위에서 이 같은 입장을 당당하게 개진할 계획이다.

공동위에서 양국이 개정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협상 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 타당성을 우선 검토한다. 공청회를 개최한 후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한다. 대외경제장관회의와 국회 보고를 거친 뒤 개정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의회에 협상 개시 의향을 통보한다. 이는 협상 개시 90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이후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을 거쳐 협상 개시 30일 이전에 협상 목표를 공개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밟고 나서 개정 협상 개시 선언을 한다.

일부 분야를 개정하면 미국은 한·미 FTA 이행법 상 대통령에게 협정 개정 권한이 있다. 이 경우에도 통상 협정 협상과 체결 권한은 원칙상 의회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업계와 학계는 한·미 FTA 개정에 대비해 국가 차원의 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정부조직법을 빨리 개정, 우리 측 컨트롤타워인 통상교섭본부가 조속히 출범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한·미 FTA 개정 방향을 현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조만간 미국 의회에 보고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안을 보면 개정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의주시했다. 안 교수는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정부조직법은 국익 차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처리, 통상교섭본부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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