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脫) 원전·석탄 시나리오 마련에 들어갔다. 10년 넘게 계속 증가세로만 예상하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장기수요전망을 대폭 깎아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일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오는 2030년 전력명목가격은 지금보다 25% 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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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김창식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일 전력거래소 장기수요전망팀장이 장기전력수요전망 초안을 발표하고있다.

전력거래소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수요전망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7차 계획과 비교해 약 11.3GW 줄어든 국가 장기전력수요전망 초안을 발표했다. 2030년 기준 최대전력수요 예상치가 113.2GW에서 101.9GW로 수정됐다.

이번 결과는 2년 전과 비교할 때 원전 약 10기에 달하는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6차에서 7차 계획 전환 시 미확정 석탄화력 사업 2건이 취소된 적은 있지만 대규모의 수요전망 감소는 처음이다.

수요전망치가 대폭 줄어든 데에는 지난 6차와 7차 전력수급계획 전망이 일부 국가경제성장률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앞서 6차 전력계획시 전망은 3.48%, 7차 전력계획시는 3.06%였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세는 6차에서 7차로 넘어갈 때와 비슷한 격차를 보였지만, 3% 이하 전망치가 예상됐다는 데 주목했다. 세계 전력시장에선 통상적으로 경제성장률 3%를 전력수요 증가와 감소의 기점으로 삼는다.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세계적인 경제 회복세를 감안해 2.7%의 경장성장률을 반영한 수요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2.7% 성장률을 적용하면 수요 감소량은 8.7GW 수준이다.

국가전력수요 감소의 전제조건으로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언급됐다. 워킹그룹은 전력명목가격이 2017년 현재 기준 ㎾h당 112원이라면 2031년에는 140원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약 15년 뒤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약 25%가량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8차 전력계획 기본 방향이 완만한 전기요금 인상 아래 국가 전력사용량 증가세가 낮아질 것으로 잡히면서 필요한 발전소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탈 원전·석탄 정책에 따른 국가 전력수급 우려 부담을 덜 수 있다.

8차 계획 수요예측은 그동안 사용된 전력패널모형 외 4개 추가모형을 보조적으로 활용해 타당성을 검증했다. 절전 등을 통해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수요관리는 12%가량 반영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이번 발표가 최종 결과는 아니며 26일 학술 전문가 대상 공동 세미나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최종 전망치를 도출할 것”이라며 “경제성장 전망치가 변화거나 전원믹스에 따라 발전원 비중이 달라지면 추가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시모형에 따른 최대전력 수요전망 비교(단위 GW), 자료: 전력거래소>

거시모형에 따른 최대전력 수요전망 비교(단위 GW), 자료: 전력거래소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