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여부가 13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도 친핵과 반핵으로 나뉘어 갈등이 지속됐다. 무리한 탈원전 속도 내기가 사회 갈등만 키우고 오히려 미래 지향의 정책 논의를 가로막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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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황일순 서울대 교수, 성풍현 카이스트 교수, 김무성 바른정당 국회의원, 이익환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이 새정부 탈 원전 정책을 논하고 있다.

한수원 신고리 5·6호기 이사회를 앞둔 원자력계가 폭풍전야다. 한수원은 13일 오후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안건을 다룬다.

정치·사회·산업을 막론하고 각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방이 반복됐다. 국회에서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원전 거짓과 진실'과 '탈핵 에너지 전환시대 원자력안전 현안과 과제' 토론회가 여야 간에 경쟁하듯 연이어 열렸다. 13일에는 자유한국당이 '포퓰리즘 탈원전 정책 바로잡기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경주 본사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수원 노조와 원전 지역 주민이 이사회 원전 봉쇄 농성을 위해 집회를 준비했다.

원자력계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탈원전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갈등 구조가 표면화했다. 친핵과 반핵 진영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국회 토론회도 입장차가 극명했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현 정부는 '원자력=위험'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는 민주, 절차상의 정당성을 따지면서 원전은 일방으로 밀어붙였다”며 탈원전 정책을 '제왕적 조치'로 봤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가동 원전 현장의 안전성과 품질 개선에 주력해야지 신규 원전 건설 등 사업을 확장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도 아닌 3개월 일시 중단을 놓고도 갈등이 높아졌다. 에너지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의지를 상징으로 보여 주기 위해 너무 어려운 카드를 선택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이뤄진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는 지난 정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아니다. 신고리 5·6호기가 새 정부 탈원전 정책의 첫 시험대인 셈이다.

그동안 반핵 단체는 부산·울산·경주 지역의 지진 위험성과 고리원전본부 내에 다수 원전이 밀집한 것을 문제 삼아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우려를 수용해 재논의하자는 것이 이번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취지다.

에너지업계는 새 정부가 다른 원전을 후보로 삼거나 탈원전 자체를 공론화 대상으로 삼았다면 지금처럼 갈등을 키우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가상각이 끝난 고리 1호기와 수조원대 투자 및 수많은 기업이 동원돼 건설 단계에 있는 신고리 5·6호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일순 서울대 교수는 “원전 신규 건설과 수명 연장 포기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원전 문제는 국회 주관의 사회 합의로 결정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안영국 정치담당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