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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태국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우연히 보게 된 현지 신문에는 국제통화기금(IMF) 20년을 돌아보는 특집 기사가 실렸다.

태국 IMF 사태는 1997년 7월 2일 바트화 폭락에서 출발했다. 이를 두고 가장 유명한 태국 요리에 비유해 '똠얌꿍 위기(Tom yum goong crisis)'라고 부른다.

당시 태국 정부는 해외 투기 자본 공격에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 그 이후 벌어진 바트화 가치 폭락은 아시아 전역을 메가톤급 경제 위기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도 몇 달 뒤인 11월 21일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IMF 구제 금융을 공식 요청했다.

IMF가 아시아에 남긴 상처는 남다르다. 그 사태로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졌고, 한국은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는 IMF 경제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IMF 직접 원인은 해외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있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허약한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과 금융 시스템, 무엇보다 정부의 안일한 진단과 대응이 사태를 더욱 키웠다. 관치 금융은 폭탄의 뇌관이 됐다.

IMF 이후 우리 경제는 혹독한 구조 조정과 체질 개선을 가했다. 시장 개방을 본격화하고 외환보유액을 늘렸다. 외국인 투자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자신 있게 대답해 줄 사람은 없다. 아시아금융허브 전략은 멈췄고, 인수합병(M&A) 시장 등 자본 시장 시스템과 역동성은 아직 선진국만 못하다.

우리가 경제 위기를 통해 배운 것은 분명하다. 외부에 귀를 막은 정책과 문을 굳게 걸어 잠그기만 하는 시장은 결코 튼튼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더 이상 관치 금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도 얻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명됐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와 은산 분리 완화 등 풀어야 할 금융 부문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새 금융위원장은 부디 귀를 열어서 글로벌 시장 변화에 맞는 금융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배운 것이 무엇인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