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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경북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추진 기간 공사 일시 중단 계획안'을 다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월성 1호기의 조기 정지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검토를 밝힌 지 약 한 달 만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가속화를 놓고 반대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가 원전 정책의 향방을 가를 첫 결정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사회 후폭풍 불가피

지난달 27일 국무조정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와 일시 중단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계속 제기된 법률 근거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사 중지를 강제하지 않고 협조 요청을 보내는 방식을 취하면서 위법 소지를 피했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부도 에너지법 4조 3항(에너지 공급자와 에너지 사용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시책에 적극 참여하고)을 언급하며 법률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사위는 한수원으로 넘어왔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이 공사 일시 중단 의견을 내고 산업부도 이를 요청했지만 아직은 권고 효력만 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행정 절차상 한수원 이사회가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거부' 선택지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 관측이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대통령, 정부와 각을 세우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한수원 노조와 신고리 5·6호기 지역 주민이 이사회 개최를 물리력으로 막겠다고 나섰지만 쉽지가 않다. 이사회 표결에서도 일시 중단 반대가 다수의견이 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으로서는 일시 중단 승인과 반대 어느 쪽이든 후폭풍이 기다린다. 공사 일시 중단을 택하면 '줄 소송'에 직면한다. 이미 지역 주민과 협력사들로부터 소송 압박을 받고 있다. 한수원은 공사 중단에 따른 부담을 협력사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소송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진의 반대로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줄 사퇴'가 예상된다. 한수원 이사진의 총사퇴는 물론 주무 부처로도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공사를 언제, 어떻게 중단할 것인지와 관련된 방법론과 함께 일부 보상 방안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결정이 늦어질수록 모호한 현장 상황이 장기화되는 만큼 되도록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공론화 이후 전망도 불투명

13일 한수원 이사회가 공사 일시 중단을 의결하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에 관한 공론화 작업이 본격화된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총 9명으로 구성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칭)' 위원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공론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먼저 중단한 후 공론화하는 것이 합리에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원전 공론화를 먼저 하고, 결과에 따라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론화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사 일시 중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사 중단과 관련해 “공사를 계속하면서 공론화를 했으면 (원전 건설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공사 중단 결정에 심사숙고했으며, 중단 결정이 오히려 공정하고 객관성을 담보한 공론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론화가 과연 투명하게 진행될지 3개월이란 시간 안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지를 놓고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원자력계 인사가 공론화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와 관련,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론화 결과에 대해서도 예상이 엇갈린다. 공론화 기간이 길어지고, 공론화 참여자의 에너지원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공산도 높아진다. 반면에 3개월 기간으로는 시민 배심원단의 선택을 가늠하기 어렵다.

에너지업계는 신고리 5·6호기 최종 운명과 별개로 이번 사태 자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정부의 승인을 거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내 에너지 시장의 고질병인 정책의 불확실성이 반복됐다.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공정률이 30%에 가까운 사업이다. 이를 재검토한다는 것은 건설을 앞둔 다수의 신규 발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발전 부문의 시장 개방을 철회하고 발전 공기업도 다시 통합, 과거처럼 국가가 에너지 산업을 전담하는 편이 낫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에서는 신규 발전 사업은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한 판단”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수립 예정인 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은 역대에 걸쳐 가장 논란이 많은 계획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