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산 자동차 브랜드는 독일에 몰렸다. 벤츠, BMW, 아우디 등 차량의 성능과 안전성 및 디자인 등에서 절대 다수의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급 이상 고급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아무리 판을 흔들어도 독일차의 점유율은 견고하다.

중형급 이하 자동차 시장에서도 독일, 일본, 미국 자동차 점유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자동차 브랜드가 국산의 약점인 가격대를 대폭 낮추면서 한국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한국에서 현대기아차의 독주 체제는 흔들린 지 오래 됐고, 앞으로 갈수록 이 흐름은 강해질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해외 시장에서 인기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에 현대기아차가 가세한 것은 국내에서 흔들리는 위상과 점유율을 해외에서 만회해 보겠다는 타깃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술 개발과 성능 확보로 어느 정도 해외 수요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내수 시장에선 SUV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됐다. 경쟁 상대에 중국이 추가됐다. 일견 한국 자동차 산업계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시장은 냉정한 법이다. 자동차가 브랜드 종속성이 아주 강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성능과 가격 면에서 하나둘 소비자 선택이 이어지다보면 기존 질서는 한순간에 바뀐다.

중국은 복잡하고 첨단화된 수천개 부품의 결합체인 자동차 산업의 모든 것을 자신들이 직접 만들려 애쓰지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을 세계에서 가져와 합친다. 엉뚱해 보이는 접근법이 완제품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 아이폰에서 이미 확인된 바다.

한국 자동차는 이런 것에 서툴다. 자체 개발해야 하고, 자체 조립해야 직성이 풀린다. 납품업체에는 가격을 압박할 수 있어도 완제품 가격은 좀체 내려가지 않는다. 기술 개발 비용과 원가는 계속해서 치솟는다.

모든 제품은 경쟁을 거쳐 배운다. 중국 SUV가 던지는 경고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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