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완성차와 정보통신기술(ICT)기업 간 자율주행 연합체 구성이 활발하다. 각자 장점은 살리고 필요한 외부 기술을 덧붙여 완전 자율주행차에 도전하는 게 핵심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주요업체는 여전히 연합보다는 독자적 생태계 구성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기업 간, 또 글로벌 업체와 협업을 보다 늘려야한다는 지적이다.

Photo Image
콘티넨털 자율주행차 콘셉트 이미지 (제공=콘티넨털오토모티브)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콘티넨털은 자율주행차 개발 연합 'BMW-인텔-모빌아이(이하 I·B·M연합)'에 새로운 협력사로 합류했다. 앞서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도 개발 협력사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I·B·M연합은 완성차, 부품, IT, ICT에 이르는 자율주행차 개발 전체를 아우르는 협력체를 갖게 됐다. BMW, 인텔, 모빌아이는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자율주행차 개발 플랫폼 '고(Go)'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등 인텔의 다양한 연산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모빌아이는 고성능 컴퓨터 비전 솔루션 '아이큐5(EyeQ5)'를 제공한다. BMW그룹은 인텔과 모빌아이 솔루션을 활용해 실제 자율주행차량을 완성한다.

Photo Image
인텔은 BMW, 모빌아이와 손잡고 2021년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콘티넨털은 차량 주변 환경을 안정적으로 감지하고 신속·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고해상도 3D 플래시 라이다' 기술로 자율주행차 완성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콘티넨탈 고해상도 3D 플래시 라이다는 전송 소스 역할을 하며 카메라 플래시처럼 최대 200m가 넘는 거리의 차량 주변 환경을 비추는 레이저와 고집적 수신기 칩으로 구성된다. 이는 간단하지만 효율이 뛰어난 방식으로 레이저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주변 환경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왜곡이 없는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칼 하우프트(Karl Haupt) 콘티넨털 ADAS 사업부 총괄 책임자는 “연합 내 협력사들은 각각 기술적인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서로 강점이 있는 기술을 효율적으로 협력한다면 완전 자율주행 개발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Photo Image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머'로 명명된 컨셉트카 'IAA'를 소개하고 있다.

콘티넨탈이 I·B·M연합에 합류한 가운데 '다임러-보쉬', '구글-피아트크라이슬러(FCA)', '볼보-우버', '아우디-엔비디아' 등 자율주행 개발 연합 간 주도권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 회사인 다임러는 그동안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왔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위한 협력을 맺었다. 보쉬가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다임러가 자율주행차 완성을 맡는다.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Photo Image
구글과 FCA가 협력해서 개발 중인 '퍼시피카 자율주행차'

구글은 현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곳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자율주행 부문 '웨이모'를 분사하고, 지난해에는 양산형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FCA와 협력을 맺었다. 최근에는 차량공유업체 '리프트(Lyft)',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와도 손잡았다. 2021년 레벨5 수준 자율주행차 출시를 목표로 한다.

볼보는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 자동차 안전부품업체인 '오토리브'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완전 자율주행을 연구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하고, 리프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공동개발 중이다. 포드는 4개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및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실리콘밸리 연구소 인력과 시설을 두 배 이상 늘려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6개 일본 자동차 업체는 고정밀 3차원 지도 등 자율주행 기술 공동연구에 지난 3월 나섰다. 이들 6개사는 2020년 일반도로 주행을 목표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Photo Image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자동차 (제공=현대자동차)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 협력이 부족하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시스코, 구글, 아마존 등과 협력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 공동 협력사는 정하지 못했다. 현재 엔비디아, 모빌아이 등과 협력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네이버 등 국내 IT기업들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발을 들였지만, 독자 개발에 가까운 상황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동차처럼 고유 기술로만 개발하기 힘든데, 국내 기업은 경쟁 기업과 협력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면서 “글로벌 상위 수준인 자동차 기업과 IT기업이 있는 국내 산업계가 힘을 합치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