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한국 정부와 손잡고 2500만달러(약 285억원) 규모 혁신펀드를 조성한다. 한국 스타트업에 펀드를 투자할 방침이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어플라이드 내외부의 기술 전문가, 글로벌 영업망까지 지원한다. 가장 첨단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이 한국에 몰려있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발굴·지원 수위를 높인다.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회장은 23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방한 간담회를 열고 국내에서 2500만달러 규모 '어플라이드벤처스 혁신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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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회장 겸 CEO가 23일 방한 간담회를 열고 2500만달러 규모 '어플라이드벤처스 혁신펀드' 출범을 발표했다. (사진=어플라이드)

중기청, 한국벤처투자, 어플라이드는 작년 6월 미국에서 2500만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운용을 시작한다.

어플라이드는 2005년 사내형 벤처캐피털(CVD) '어플라이드벤처스'를 꾸리고 세계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17개 국가 스타트업에 2억5000만달러(약 2852억원)를 투자했다. 한국에서도 직접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했으나 처음으로 정부와 손잡는 새로운 모델로 스타트업 투자를 하게 됐다.

이번 펀드의 집중 투자 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로봇공학, 헬스케어, 에너지 저장기술 등이다.

게리 디커슨 회장은 “정부와 함께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조성한 것은 처음”이라며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회사 내외부 전문가, 기술, 공급망, 유관 기관 연결까지 전방위로 지원, 스타트업의 성공을 가속화함으로써 이들을 1조원 규모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어플라이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혁신 원동력이 PC와 인터넷에서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인공지능, 비주얼 컴퓨팅,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 지능형자동차, 스마트 제조,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이 떠오르면서 기존과 전혀 다른 기술 혁신이 필요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봤다.

게리 디커슨 회장은 “이런 흐름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상당히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며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 큰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어 이 분야 최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한국 기업들이 미래를 바꿔놓을 기술 혁신의 근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플라이드는 미래를 구체화하는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전혀 새로운 디스플레이 등을 고객사가 구현할 수 있도록 어플라이드가 보유한 재료공학 혁신 역량을 제공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업하겠다”고 덧붙였다.

어플라이드는 올해 15억5000만달러(약 1조7665억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작년보다 1억5000만달러(약 1709억원)가 늘었다. 회사는 혁신 원동력이 연구개발 투자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게리 디커슨 회장은 “기술 변화가 미래 산업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혁신의 근간 역할을 하는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