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산업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애플의 차기 아이폰에 우리 기업 제품이 채택되면서 생산 준비에 여념이 없다. FPCB는 물론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까지 함께 호황에 접어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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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플렉스의 터치스크린패널(TSP)용 FPCB(출처: 인터플렉스 홈페이지)

올해는 아이폰 출시 10년이 되는 해여서 애플이 그 어느 때보다 혁신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도 최초로 채택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벌써부터 “신형 아이폰이 전례 없는 교체 수요를 기록할 것”이라며 '대박'을 점치고 있다.

이번 아이폰은 국내 FPCB 산업계에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기 때문이다. 지난 2~3년 동안 국내 FPCB 업계는 혹독한 추위를 보냈다. 성장세를 기록하던 시장 규모가 2013년 이후 매년 축소되면서 적지 않은 기업이 구조 조정에 내몰렸다. 반등을 기대한 지난해에도 삼성전자 노트7이 단종되는 악재가 터지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 FPCB 업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증하던 2012년과 2013년에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다가 부메랑을 맞았다. 2014년 들어와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가동률은 떨어졌고, 판가 인하 압력은 커져 결국 실적 악화를 불러왔다. 여기에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그나마 있던 아이패드 물량이 줄고, 고통이 가중됐다. 최근 상황은 국내 FPCB 산업에 다시 불어온 봄바람인 셈이다.

애플의 마음을 살 수 있게 된 비결은 결국 준비와 기술력으로 귀결된다. 인터플렉스·비에이치·영풍전자 등 구조 조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오랜 경험을 축적한 상태였고, 남들이 하지 않은 OLED용 제품들을 개발한 덕에 애플이라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서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준비의 중요성과 산업의 사이클이다. 냉혹한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과 시장은 생물처럼 변화하고 등락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호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아야 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