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에 삽입해 생체조직과 결합하는 나노 광학소자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무선 안압감지 센서, 시력 향상용 안구 삽입체로 응용할 수 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팀은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천연 실크 단백질을 활용해 생체 조직과 유사한 물성의 3차원 광자결정 소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광자결정은 빛을 제어하기 위해 굴절률이 다른 물질을 주기적으로 배열한 구조다. 개발된 광자결정 소자는 인체에 무해해 안구에 안정적으로 삽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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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광자결정 소자의 역학적 변형. 늘어남, 구부림, 눌림 같은 다양한 외력에 변형되면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누에고치 실크 단백질은 생체친화적이고 투명·견고하다. 인체 부착·삽입형 소자를 만들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았다. 물에 쉽게 녹는 약점 때문에 인체 조직 같은 습윤한 환경에서 동작하는 소자로 만들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광개시제 역할을 하는 스틸벤 염료를 실크 단백질(피브로인) 수용액에 혼합했다. 이어 자외선을 쬐 분자 간 강력한 결합을 형성(광중합 반응)했다. 이렇게 생성된 실크 단백질로 3차원 광자결정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습윤 환경에서 물에 녹지 않으면서 수분을 머금는 '수화젤' 상태 광자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유연하고 탄성이 있으면서 물에 녹지 않는다. 생체 조직과 이질감 없이 결합한다. 기존 소재 한계를 극복하고, 생체에 삽입해도 안전한 광자결정 소자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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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광자결정 소자의 응용 가능성 확인 실험. 광밴드갭 파장 변형(왼쪽 그래프)과 안구 모델에서 빛의 재반사(오른쪽 사진).

연구팀은 개발된 소자가 무선 안압 감지 센서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소자는 외부 힘에 의해 광밴드갭이 변한다. 광밴드갭 변화는 간단한 장비로 원격·실시간 탐지할 수 있다. 안구에 삽입하면 안압에 따라 변하는 값을 측정한다.

시력 향상용 안구 삽입체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안구 모델 표면에 개발된 실크 광자결정 소자를 집적한 모의 실험을 실시했다. 안구 외부로 빠져나가는 빛이 내부로 재반사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망막의 시각세포가 빛을 30% 이상 더 흡수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시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망막 뒤 반사체(tapetum lucidum)'를 가진 야행성·심해 동물이 빛에 대한 감도, 시력이 뛰어난 것과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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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아주대 교수

김성환 교수는 “생체 조직과 결합할 수 있는 나노 광학 소자를 최초로 개발했다”면서 “안압의 무선 광신호 측정, 시력 향상용 안구 삽입체 등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X-프로젝트지원사업, 교육부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