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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영남대 교수

30년 전 이야기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할 정도의 긴 시간이다. 어쩌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치부될지 모른다.

30년 전 이맘때 박사 학위 논문 심사를 앞두고 논문을 작성하느라 학교 여러 곳에 설치된 터미널 룸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개인용컴퓨터(PC)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다른 대학원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원격으로 접속, 단색 화면에 밝은 갈색으로 깜빡이는 커서를 쳐다보며 느릿느릿 워드 작업을 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노트북 같은 컴퓨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간단한 음성 송·수신 기능만 있는 아날로그 타입의 휴대폰도 극소수만이 호사로 누릴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무렵을 전후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및 디지털 통신 분야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로부터 10여년 후부터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이 됐다.

도제식 교육 특성상 몇 십 년 이상 수많은 장인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내공이 깊숙이 녹아 있는 정밀 기계 가공 제품과 아날로그 전자 제품은 어차피 우리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러나 반도체 칩의 집적화 경쟁에 우리나라 정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민간 대기업, 대학교의 인재들이 합심해서 세계 최초의 첨단 가공 기술과 칩 설계 기술을 선보이며 반도체 혁신 신제품을 연이어 개발하는 성공 신화를 써 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전자 회로를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 오디오 및 비디오 산업은 물론 컴퓨터, 정보통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초고속 인터넷, 소프트웨어(SW) 등 IT 분야에서 세계 초일류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동안 이룬 IT 분야의 대업적에도 저출산, 인구 절벽, 낮은 고용에 따른 고학력 실업, 빈부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물론 이 문제의 해답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986년 12월 세계 최초로 무급유 세계 일주 비행에 성공한 보이저호를 직접 설계·제작한 버트 루탄은 얼마 전 국내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무엇이 그로 하여금 끊임없는 도전을 하도록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인생은 모험”이라면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꾸는 꿈에 의해 제한되며, 실패하는 유일한 경우는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교육 현장에 있는 필자가 느끼기에는 우리 젊은이 가운데 이와 같은 도전 정신과 모험 정신을 갖춘 훌륭한 인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지역사회, 국가는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하고 지원을 확대하면 된다.

미래 사회의 주축인 젊은이들의 창의 아이디어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일어서도록 격려하고 돕는 분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

사업체 수 기준 99%를 차지하고 종사자 수로 88%에 이르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독일처럼 강소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우수한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합심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맹활약이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어떤 세상을 만들지 자못 기대된다.

이희영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hyulee@y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