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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는 희망과 절망 두 단어가 공존한다. 한때 남북 경제를 잇는 매개로, 존재 자체가 '희망'이었다. 지금은 입주 기업을 고난으로 밀어 넣은 '절망'이 됐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이달로 1년 4개월을 맞았다. 지난해 2월 정부 일방의 중단 결정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개성공단 해결 문제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비핵화 진전 시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다”는 말로 한 발짝 물러섰다. 희망은 다시 절망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손 놓은 사이 120개 넘는 입주 기업과 관련 협력 업체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개성공단 공장이 유일하던 한 업체의 사장은 외국에 공장을 알아보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다. 정부에서 받은 보험금은 협력 업체 대금과 직원 퇴직금으로 썼다. 남는 돈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인이 중병에 걸려 경제 활동 일부는 포기했다. 꾸며 낸 신파가 아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하청업체, 그 안에 소속된 가족 누군가의 현실이다.

사실 개성공단은 국가 차원을 떠나 입주 기업에도 특별했다. 돈을 버는 것을 넘어 남북을 잇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 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을 재개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당장 내 삶을 위한 것도 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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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서는 희망은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설명한다. 절망은 '바라볼 것이 없게 돼 모든 희망을 끊음 또는 그런 상태'라고 정의한다.

단어 자체도 절망은 희망과 연결됐다. 언제든 절망은 희망이 될 수 있다. 가수 신해철은 '절망에 관하여'라는 노래에서 '하지만 그냥 가 보는 거야'라며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92%는 여전히 다시 개성공단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이들의 희망을 문재인 정부는 이끌어 줄 수 있을까. 개성공단이 절망이 아닌 희망의 단어가 되길 기대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