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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임 문체부 장관에 바라는 게임정책 방향

게임 주무부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도종환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필자는 ‘게임=문화’, ‘게임=예술’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는 마당에, 문화와 예술을 아는 시인 출신 문체부 장관은 반길 만하다. 내친김에 문체부에서 게임인들의 여망을 헤아려 ‘게임’을 이제는 당당한 ‘문화’로 그리고 ‘예술’로 이해하고 인정해주길 고대한다.

일각에서는 도종환 의원이 새로운 문체부 장관 후보에 발표되기가 무섭게 문체부의 블랙리스트를 거론하며, 문체부에서 ‘게임’을 떼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넘쳐왔다. 국정농단 세력들이 문체부에 잔존하니 ‘게임’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금만 따져보면, 국정농단 당시 문체부의 장차관을 포함한 ‘의식’있는 고위공무원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항명하여, 수십 년의 공직생활의 접어야 했다. 이게 어디 문체부의 책임인가?

그리고, 문체부의 게임에 대한 전문성과 의지도 문제 삼는다. 게임을 방송, 출판, 캐릭터 및 음악 등 여타의 콘텐츠와 한데 묶어 ‘비빔밥’기관이 된 ‘콘텐츠진흥원’의 전문성이 문제라면, 그 조직의 혁신과 분야별 전문성 고도화 재구성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아예 문화산업을 관장하는 부처에서 ‘게임’을 도려내어 ICT산업 주무부처로의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게임 산업’을 위하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게임을 문체부에서 분리하자는 이들은 게임을 ICT산업 맥락에서, 연일 게임규제의 ‘전면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게임셧다운제’처럼 불필요한 규제의 철폐는 타당하다. 허나, 셧다운제를 넘어 ‘성인게임 규제 완화’, ‘웹보드 월과금 상한액 철폐’ 등 ‘사행성’ 사태를 연상시키는 ‘게임산업 규제 전면 철폐’ 주장은 우려를 넘어 위험해 보인다.

이 주장은 산업적 매출 증대를 무리하게 강조하여 ‘게임’을 ‘ICT산업’의 종속변수화 시키고 있다. 이러한, 게임의 ICT 종속변수화는 ‘게임생태계’구성원들 전체적인 공감과는 거리가 멀고, 특히 ‘게이머’들의 ‘여론’과는 정반대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해법은, 게임콘텐츠 역시 문화콘텐츠의 ‘디지털화’의 맥락으로 풀어가야 한다. 게임을 ICT의 종속변수가 아닌, 게임 그 자체를 ‘상수’로 견지하면서 ICT인프라는 ‘게임’을 빛나게 해주는 ‘촉매’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미래부와는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보완 관계를 이뤄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뿐 아니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과의 조율과 협조도 더욱 중요함은 물론이다.

이제라도, ‘게임생태계’의 복원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과거 ‘ICT산업 프레임’과 ‘사행성강화’ 프레임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 ‘패러다임’을 준비할 때이다. 게임은 ‘공학’기반을 넘어 ‘인문학’으로, ‘ICT산업’을 넘어 ‘문화예술창작활동’ 으로 도약할 때가 아닌가?

한때 ‘화형식’까지 당했던 만화도 이젠 엄연히 ‘문화예술’의 범주에 법률로 명문화하여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자극받아, 19대국회에선 김광진 의원을 위시한 게임인들의 노력으로 ‘게임예술법’을 발의했었다. 새로 시작한 20대 국회에서도 김병관 의원이 재발의하여, ‘게임’도 바로 ‘문화예술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이런 마당에, 게임을 ‘ICT산업’과 ‘사행성’으로 자기적멸(自己寂滅) 해야겠는가?

이번기회야 말로 ‘게임’에 대한 그간의 ‘프레임(산업, 사행성, 중독, 확률형문제)’을 훌쩍 뛰어넘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당면한 ‘게임생태계 복원’을 그저 양극화된 게임산업계의 ‘매출’ 증대로 그칠 일이 아니다. 그 보다는 지속가능한 문화적 예술적 ‘창작활동’으로서의 ‘게임’, 이제는 당당한 인문콘텐츠로서의 ‘게임’으로의 위상을 높일 때이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게임인들이 힘을 모을 때다. 셧다운제 같은 불필요한 규제와 함량미달의 게임계 낙하산들로 인해 망쳐진 게임생태계 복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도종환 장관을 위시한 문체부가 ‘게임’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올바른 게임정책 집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래야, 능력 있고 전문성 높은 게임 관련 기관장들의 인선도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다. 우리 게임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더 필요할 때이다.

김정태 교수(동양대 게임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