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1호기가 19일 0시 가동을 영구 중단했다. 발전소로서 역할을 다 한 고리 1호기는 앞으로 국가 원전해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증사업에 활용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가 계속 운전기간을 모두 마치고 영구정지 됐다고 밝혔다. 영구정지에 들어간 원자로는 내부 냉각수 온도가 300℃에서 약 90℃ 이하까지 떨어진 다음 헤드를 분리한다. 이어 내부에 장전된 핵연료를 추출한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 원자로의 111개 다발 핵연료를 26일까지 소내 사용후핵연료 저장고로 옮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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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정지는 17일 오후부터 시작됐다. 고리 1호기 중앙제어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발전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시속 100㎞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설 수 없는 것처럼 설비의 가동 속도를 서서히 낮추는 조치다. 발전량이 10분의 1 수준인 60㎿h까지 떨어지면서 터빈 정지버튼이 눌러졌다. 이후 레버 조작을 통해 원자로 핵연료에 제어봉이 삽입돼 핵분열 연쇄반응이 멈췄다.

핵연료 저장고 이송까지 모두 마치면 고리 1호기는 해체작업을 위한 안전관리기간에 돌입한다. 이 기간 동안 핵연료를 저장수조에 보관해 남은 잔열을 제거하고 주민의견 등을 거쳐 해체계획서를 세운다. 해체계획서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본격 해체 작업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원전을 해체하면 녹지(그린필드)와 공장용지(브라운필드) 두 가지 형태로 부지를 복구한다. 고리 1호기 부지 복구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첫 원전이자 첫 퇴역 원전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구정지를 기점으로 국내 원전산업은 새 국면을 맞는다. 원전에 대한 찬반대립이 커진다. 이미 새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침을 세웠다. 건설 재검토에 들어간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해 계속운전 적법 여부를 놓고 법정다툼이 벌어진 월성 1호기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