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장 역사와 함께한 고리 원전 1호기가 19일 0시를 기해 가동을 멈춘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에 세워진 원전이자 첫 번째로 영구 정지되는 원전이다. 40년 가동 기간에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11번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배운 원전 기술을 자립화하고,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로 우뚝 섰다. 안으로는 경제 부흥과 산업 동력 역할을 해내고 밖으로는 한국형 원전 수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또 한 가지 고리원전 1호기가 갖는 중요한 이정표는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아직 가동 연한이 남은 원전 스위치를 내리기로 결정한 일이다. 국민의 안전 요구에 부응하면서 노후 원전의 점진 퇴역을 선제 준비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을 국가 에너지정책 기초로 삼았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국가 전력량 20%까지 높이고, 노후 원전부터 원전 비중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신규 원전 건설은 일단 멈추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원자력계를 비롯해 과학·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국가에너지 전략이 '좋은 게 좋은 것' 식으로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닌 데다 때론 높은 벽을 넘어야 하는 간단치 않는 도전이 필요한 분야다. 원전을 버리겠다는 '이상'을 말하기에 앞서 '현실'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여전히 기술 한계 때문에 강력한 전기를 필요로 하는 우리 제조업에선 쓸 수 없는 품질이란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해 주는 '기반 전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원전은 대한민국 유효 전력의 30%를 책임지고 있다. 원전은 '원래부터 위험한 것'이라는 시각으로 보면 찾을 수 있는 답이 없다. 비약 성장한 과학 기술 능력과 40년 노하우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의지로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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