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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2015년 9월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 정부기관 관계자, 언론을 대상으로 차세대 통신보안기술인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전시하고 도감청 실시간 탐지 등 핵심기능을 시연했다. 시연회에 참석한 미 하원 군사위원회 조 윌슨 의원(가운데)이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텔레콤에 이어 KT와 삼성전자가 양자 기술 개발 대열에 합류한 건 양자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한계 돌파로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이용하면 중간에서 정보 탈취가 불가능한 안전한 통신 보안이 가능해진다.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자율주행자동차, 모바일 금융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다.

양자컴퓨터로는 슈퍼컴퓨터 수천대보다 뛰어난 궁극의 계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성능 향상은 물론이고 금융이나 신약 개발, 기후 분석 등 변수가 많고 복잡한 계산 영역에서 신산업을 개척할 수 있다.

양자응용계측 기술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1000배 정밀한 위성항법장치(GPS) 등 각종 센서 정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성장 한계에 도달한 ICT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미디어는 2025년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가 양자암호통신 9조원, 양자컴퓨터 17조원 등 26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ICT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양자 영향력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 경쟁은 현재 진행 중···절대강자 없어

국내 기업 중 SK텔레콤이 2011년부터 퀀텀테크랩을 운영하며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양자정보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상용화를 눈앞에 둘 정도로 세계적 기술력에 도달했다. 양자컴퓨터 분야는 큐비트 두 개를 운용할 기술력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은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 출범에도 앞장서는 등 국내 양자 생태계 조성에도 중추 역할을 했다.

앞서 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은 양자 연구를 시작했다. 절대강자가 없는 주도권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산학연 연계로 연간 1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퀀텀 매니페스토'를 발표하고 2018년부터 10년간 총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EU 공동으로 양자 기술에 투자해 정보 생성부터 저장, 전송 등 정보 유통 모든 단계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 일본, 캐나다 등도 양자정보통신을 비중 있게 육성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올초 하이브리드 방식 양자컴퓨터를 5년 안에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자의 민감성을 제어하기 위해 완전 디지털 방식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혼합한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IBM도 3월 양자컴퓨터 'Q' 상용화 계획을 밝혔다. 큐비트 수를 현재 5개에서 수년 안에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MS와 인텔, 록히드마틴, 알리바바도 가세하는 등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시장 창출 등 정부 역할 중요···“양자 투자 서둘러야”

SK텔레콤과 KT,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양자 기술 개발에 착수했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양자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양자는 에너지 최소 단위로 다루기가 극히 어렵고 오류가 많다. 새로운 산업이라 시장 창출도 쉽지 않다. 정부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가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초기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 양자정보통신기술연구협의체(QICT)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2015년 주요 20개국 가운데 연간 양자기술 투자가 1300만유로(약 160억원)로 17위에 그쳤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5000억원 규모 양자 국책과제를 마련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 대규모 양자 투자가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다.


양자 업계 관계자는 “양자 연구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나라 ICT 잠재력과 결합하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될 양자 산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 기술 개발 현황>

양자 기술 개발 현황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