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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 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분산되고 개방된 형태의 기술로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한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내역을 보내고,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의 위조를 막는 것이다. 각종 거래정보가 모아진 형태인 블록을 통해 이중 결제 및 위조를 방지한다.

일반적으로 가상화폐 통용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블록체인을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기업이나 기관이 자신들의 니즈에 맞춰 설계한 블록체인은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고, 커머스 분야에 도입될 경우 활용 방안이 다양하다.

커머스 기업은 고객, 공급업체, 배송업체, 셀러 등 다양한 거래 참여자들이 포함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된 네트워크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 연결된 모든 참여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각종 문서 교환 및 결제, 반품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실시간 배송, 간편결제 등 관련 데이터는 모두 블록으로 분산 저장되어 투명성과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의 대표적인 커머스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과 미래가치를 고려해 이미 자체적으로 관련 연구와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다. 커머스 산업에서 블록체인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결제와 공급망 관리를 꼽을 수 있다. 결제는 그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외 온,오프라인 커머스 기업들은 자체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결제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고 스마트 계약 기능을 통해 다양한 결제 방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7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자체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Alipay)에 적극적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공식적인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일본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일본의 라쿠텐은 블록체인 연구소(Blockchain Lab)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Bitnet Technologies를 인수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커머스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공급망 관리(SCM) 측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의 월마트는 IBM과의 협업을 통해 공급망 관리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원자재 및 상품의 투명하고 신속한 히스토리 파악이 가능해진다. 또한, 전자서명을 포함한 문서 간소화와 스마트 계약을 통한 입찰 및 배송 등이 가능해지므로 공급망 관리의 효율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닭고기를 주문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제품 카탈로그의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닭이 어디서 태어나 자랐는지, 연령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기록되는 날짜와 함께 이동 경로를 포함한 모든 이력이 쉽게 확인 가능하다. 또한, 집단 식중독과 같이 식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오염 발생 시점과 장소 등의 상세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기존의 추적 방식보다 원인 규명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에도, 해외 생산 공장과 내부 제조 공정이 블록체인에 통합되어 있다면 제품의 원료 확인은 물론 생산 시기, 이동 과정 등을 쉽게 확인 가능하다. 명품 혹은 고가의 브랜드인 경우 해당 제품의 진품 유무를 가려낼 수도 있다.

블록체인이 모든 산업에서 혁신을 불러올 만능 미래기술은 아니다. 다만, 커머스 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과 미래가치 때문에 이미 거대 커머스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은 금융업에서 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에너지 산업 및 기타 산업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커머스 산업에서 블록체인의 미래가치는 여타 산업 못지않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활용함에 있어 첫 번째로 고려할 사항은 기존 프로세스와 서비스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업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속도와 보안을 높이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다양한 형태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축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보안 수준이 더 높고 필요한 거래 당사자들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국내 커머스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기업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칼럼의 저자인 윤준탁 매니저는 6월 23일 '코리아 커머스 비전 2017'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의 커머스 전쟁과 커머스 시장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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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빈 기자 (bbj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