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이종 기술 간 융합, 분야별 연계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특출한 기술 하나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고,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잘되는 분야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섞이고 더 잘 융합할 때 더 좋은 제품과 쓰기 좋은 서비스가 등장한다. 융합 정도가 쓰임새를 결정하는 시대다.

자동차는 미래 융합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아예 본연의 수송 수단 가치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메카트로닉스, 인공지능(AI) 등이 결합된 모바일 플랫폼 가치가 중시될 것이란 예측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짊어진 정의선 부회장이 13일 신차 발표회장에서 밝힌 정보통신기술(ICT)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 의지는 의미하는 바 크다. 정 부회장은 “ICT 회사와 글로벌 협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나 브랜드 메이커를 인수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자기 영역 안에서 현대차가 취할 것은 더 이상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통신, 센서, 인지 역학, 자율 구동 등 울타리 밖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고 엮겠다는 이야기다. 이것들에 사실상 현대차의 사활이 걸린 일이기도 하다.

같은 흐름에서 올해 한국전자전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으로 공식 참가하면서 기조발표를 맡기로 한 것도 상징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2008년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합 전자산업전으로 성장해 오긴 했지만 융합 시대의 새로운 돌파구가 반드시 필요했다. 벤츠는 이를 통해 전자 분야로 보폭을 넓히는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 융합 및 연대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또 한국전자전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미국 CES처럼 미래 자동차 분야까지 확장성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융합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뒤처지기를 자초하는 일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스스럼없이 다른 영역의 기술을 가져와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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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