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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文史哲, CIO 역량 강화 필수품

발행일2017.06.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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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어찌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천하를 통일한 한 고조 유방에게 신하인 육가가 한 말이다. 즉 유방에게 천하를 다스리는 기본을 시경과 서경에서 찾으라고 권하자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는데 어느 겨를에 시경, 서경 따위를 보겠는가”라고 무시한 말에 대한 육가의 답변이었다.

미국 시애틀 하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트와일라잇' 등 추억의 명화가 떠오를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현지인들과의 인터뷰로 바쁘게 지낸 적이 있다. 그 결과 한·미 간 각종 제도의 차이점, 미국의 업종별 특이 사항 등 분석으로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우선 시애틀은 도시 크기에 비해 보잉, 마이크로소프트(SW), 스타벅스, 코스트코, 아마존닷컴, 엑스피디아 등 글로벌 기업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다양한 사람과 인터뷰해 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시애틀의 로망 직장은 단연 MS라는 것이다. 다른 내로라하는 오프라인 기업도 많았지만 MS는 이른바 '넘사벽'이었다. 그 이유는 좋은 근무 조건과 높은 연봉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MS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과 연봉을 되새겨 보니 마음이 씁쓸해졌다. 예컨대 다른 업종에는 '황금연휴'가 전산 장비 이동이나 유지 보수를 위한 '반납 연휴'로 되기 일쑤였고, 연봉 또한 IT 종사자들의 내공이나 학력에 비해 열악한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업종과 관계없이 IT 인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의 위상은 어떠한가. 시애틀로 돌아가 보자. 온·오프라인 기업을 망라해서 시애틀 소재 글로벌 기업 CIO가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보(직접 보고)하는 비율은 3분의 2에 육박하고, 연봉도 미국 의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CIO가 능력이나 학력에 비해 미국처럼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먼저 수·발주 체계 등 우리 IT 산업의 생태계 문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우리 CIO도 정작 기업이 바라는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고 있을까? 나아가 현업 최고책임자들(CxO) 및 최종 의사결정자인 CEO와의 네트워킹을 잘하고 있는가? 말이 CIO여서 임원 축에 끼지 과장·부장 시절에 'IT쟁이'로서 즐기던 오타쿠(특정 분야 전문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여기서 육가의 말을 현실에 대입해 보자. 우리나라 CIO는 이제 '말 위의' 오타쿠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져서 비즈니스 감각과 네트워킹 등과 같은 역량을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현업 CxO로부터 인정받고, CEO와 함께 예산·인력 등 각종 현안을 편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역량 기반에 '문사철'이 자리 잡고 있음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CIO포럼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문사철'의 중요성을 직시하고 월례 조찬 모임 포맷부터 업그레이드했다고 한다. 즉 기존의 IT 일변도 강의 진행에서 문사철 주제를 추가하고, 조찬 후 'CIO사랑방'을 개설하는 등 네트워킹도 강화한 것이다. 이러한 소박한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는 우리나라 CIO가 미국처럼 대접 받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대해 본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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