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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약관법 30년, '소비자 보호' 큰 역할…환경 변화 대응은 과제로

발행일2017.06.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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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약관은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존재다. 스마트폰을 살 때, 항공권을 구매할 때, 인터넷 게임을 결제할 때에도 '약관에 동의한다'고 번번이 의사 표시를 하지만 정작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비자가 비로소 약관에 관심을 기울이는 때는 피해가 발생한 뒤다. 약관에 근거해서 피해를 구제 받으면 다행이지만 약관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구제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때 약관 불공정 여부를 판단해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다.

약관법은 올해 시행 30년을 맞았다. 1987년 7월 1일 시행돼 30년 동안 소비자 권익 보호·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직접 피해 구제 기능이 여전히 미흡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할 부분도 많이 생겼다.

◇약관법, 소비자 보호에 큰 역할

지난 2014년 애플의 불합리한 수리 정책이 관심을 끌었다. 아이폰 사용자가 수리를 맡기면 도중에 의뢰를 취소하고 찾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플의 불공정 약관에 있었다.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는 '서비스 진행 후에는 수리 취소가 안 돼 기존 제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약관을 운용했다.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법 위반 여부를 점검, 수정을 권고했다. 8개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는 소비자 수리 요청 취소를 제한하는 조항, 최대 수리 비용을 먼저 지불하도록 강제한 조항을 개선했다. 지금은 아이폰 수리를 맡겼다 하더라도 도중에 원하지 않으면 되찾아갈 수 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애플코리아와 공인 서비스센터 간에 맺은 위·수탁 계약에도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지난해 20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추가 시정하도록 했다.

애플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약관법은 상품·서비스 거래에서 소비자를 보호한다. 공정위가 애플 약관을 개선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비슷한 소비자 피해가 계속됐을 개연성이 높다.

'2016년 공정거래 백서'에 따르면 약관은 번거로운 개별 교섭을 피하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거래를 하기 위해 만들었다. 대량 거래가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가 계약 조건을 개별로 협의해서 계약한다는 건 현실에서 어렵기 때문이다.

약관법은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약관을 구성할 가능성이 짙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권익 관점의 약관규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약관을 이용해 계약을 맺을 때 세부 계약 조건을 당사자 간 협의 없이 사업자 일방으로 마련한다”면서 “소비자는 계약 협상력에서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1986년 12월 31일 약관법을 제정, 이듬해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약관법 제정 당시에는 경제기획원 산하 약관심사위원회가 약관 심사를 담당했다. 이후 1992년 약관법을 개정하면서 공정위가 심사를 맡았다.

약관법 시행 후 2015년까지 공정위에 청구된 약관 심사 건수(신고, 직권조사, 민원 포함)는 총 2만432건에 이른다. 최근 수년 사이 국민의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심사 청구 건수가 급증 추세에 있다.

2010~2015년 심사 청구 실적만 총 7026건이다. 거래 당사자 등 법률상 이익이 있는 사람의 심사 청구가 6295건, 한국소비자원을 포함한 소비자 단체가 39건, 직권 심사가 692건이다.

공정위는 “모바일 쿠폰, 소셜커머스, 스마트폰 등 새롭게 등장한 유형에 대한 약관 심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서비스 분야에서 개인 정보 관련 약관 등 심사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직접 피해 구제 미흡…새로운 환경 적응 과제로

약관법이 지난 30년 동안 소비자 권익 보호에 큰 역할을 했지만 개선할 부분도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직접 피해 구제'가 미흡하다.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더라도 이미 피해를 본 소비자 구제까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별도의 분쟁 조정이나 소송 등을 거쳐야 한다.

소비자원은 “약관 심사 결과가 바로 청구인의 권리 구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을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다”며 약관법·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한 피해 구제, 분쟁 조정 연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약관법이 민법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과거 약관법을 별도로 운용했지만 나중에 민법에 편입시키며 충돌 위험을 없앴다는 분석이다. 실제 독일은 1976년 보통거래약관법을 제정·운용해 왔지만 2002년 민법에 해당 내용을 편입시키고 약관법은 폐지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공정위가 최근 주요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계약서'를 심사해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는데 일부 내용이 민법 판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약관법을 민법에 편입해 운용하는 게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은 민법상 임의 규정을 강행 규정화한 것이어서 충돌 우려는 두드러지지 않는다”면서 “독일도 민법 체계를 고치면서 약관법이 민법 성질을 띠고 있어 편입시켰을 뿐 충돌 문제 때문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급속한 환경 변화에 발맞춰 약관법의 능동 운용이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새로운 거래 형태, 상품, 서비스가 다수 출현하면서 일부 사업자가 약관법의 허점을 노려 부당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런 지적을 고려해 공유 경제 등 새로운 사업 유형의 약관을 미리 점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 지식·재능 공유 서비스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으며, 조만간 카셰어링 부문의 불공정 약관도 개선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유 경제 관련 불공정 약관 점검은 시장 규모가 커지기 전에 미리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진행한 것”이라면서 “새로운 거래 유형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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