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700㎒ 대역에서 철도·해상·재난 통신 등 통합 공공망과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간에 심각한 전파 간섭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과 철도통합망(LTE-R) 간 불통으로 국민 피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공공안전통신망포럼과 전문가 집단이 최근 수도권에서 실시한 700㎒ 전파 간섭 테스트에서 전파 간섭이 실제 확인됐다. 지상파 UHD 방송 출력은 5㎾(실험 방송 기준)로, 약 40W인 재난망의 100배 이상이다. 간섭을 막는 장치로 정부는 '지상파 UHD 기술 기준'을 만들고 '무선설비 기술 기준 일부개정안'도 발표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정부 기술 기준에 맞춰 개발한 필터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재난망은 통신이 어려웠고, 철도망도 영향을 받았다. 필터 사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전파 출력 조절과 보호 대역 확대 등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단말 전문가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UHD 기술 기준에 맞춰 방송하는지에 대한 자료 요청마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700㎒ 전파 간섭 문제는 2015년 지상파 방송사에 700㎒ 대역 일부를 분배할 때부터 이미 많은 전문가가 우려를 표명해 온 부분이다. 당시 한국전자파학회 등은 국회와 정부의 논의가 전문성을 배제한 채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며 성명까지 발표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선 정부 차원의 공식 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전파 간섭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빠짐없이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가감 없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실에 적용 가능한 대안 도출은 물론 전파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손 놓고 있다가 문제가 발행한다면 예고된 인재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