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지만, 억울했다.' 우리나라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첫 테이프를 끊을 르노 '트위지(Twizy)'를 시승한 후 내린 결론이다.

빠른 기동력과 주행성능은 소문대로 탁월했다. 가속페달을 밞으면 즉각 반응하는 전기차만의 특성은 주행 재미를 더했다. 일찌감치 유럽시장에서 인정받은 대표적 '도심형 퍼스널 모빌리티' 명성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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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위지를 타고 서울 가산동부터 여의도 일대를 달렸다. 차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길거리 사람들과 옆차선 차량 운전자들 시선이 쉴 틈없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귀여운 디자인에다, 고급차나 컨셉트카에서 볼 수 있는 '걸윙도어'를 장착한 게 특이하게 보였을 것이다. 여기에 작은 체구에도 날렵한 기동력은 강렬한 존재감을 강조했다. 신호 대기 중에 도로에서 만난 다른 운전자들은 '차 이름이 뭐냐?' '최고 속도는 얼마냐?' '가격은 얼마냐?' '한 달 전기요금은 얼마나 나오냐?' '충전 후 주행거리는 얼마나 달리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고, 이들에게 일일이 답하는 것조차 즐거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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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한가한 도로에 들어섰을 때 가속페달을 힘껏 밞자 또 한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최대 토크까지 빠른 시간 내에 다다르는 전기모터 성능을 발휘했다. 최고출력 14kW, 최대토크 57Nm으로 6.1초 만에 0~45km/h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안전상 이유로 80km/h로 제한됐지만 적당히 차가 막히는 도심형 주행만큼은 압도적이었다. 빈 공간만 허락되면 옆 차선을 치고 달리는 재미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밞았다가 발을 뗐을 때 회생재동에 감속하는 느낌은 빠르게 치고 빠지는 재미를 더했다. 고급 세단이나 고출력 차량에나 주로 사용되는 후륜구동 방식 탓인지 승차감과 코너링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에서 트위지를 운전한다는 건 무척 억울했다. 창문이 없는 탓에 주행 중에 앞차가 뿜어대는 매연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더 억울했던 건 트위지는 매연을 전혀 배출하지 않은 친환경차라 남에게 매연 배출 피해를 주지 않지만, 정작 트위지는 매연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다. 다행이도 다음 달 에프터 마켓을 통해 트위지용 창문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창문 없이는 트위지를 권하고 싶지 않다.

트위지 충전은 일반 전기차보다 간단했다. 차 앞머리 덮개 밑에 숨겨진 충전 케이블을 일반 플러그에 꽂기만 하면 된다. 가정용 220V 소켓으로 별도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3시간 정도면 완전히 충전된다. 주행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회 충전으로 약 80km(정부 공인 복합 기준 주행 거리 55km, 유럽 기준 100km)를 달린다. 실제 가산동과 여의도를 왕복하며 약 35㎞를 달렸지만 계기판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은 3분의 1정도만 줄어든 상태였다. 최소 40㎞ 이상을 더 달릴 수 있는 셈이다.

트위지는 국산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장착했고 배터리 용량은 6.1kWh로 보통 전기차 배터리 용량(28kWh)보다 적다. 하지만 전기차가 보통 1kWh로 약 6㎞~7km 정도를 달리는데 비해, 트위지는 16km가량 주행할 수 있다. 그 만큼 차량 무게 대비 에너지 효율이 두 배 이상 좋다는 얘기다. 경제적인데다 소음도 적고 100% 무공해 차량이라는 장점까지 지녔다.

4륜구동의 트위지는 2335mmx1233mmx1451mm(전장x전폭x전고) 크기로 시트 구성이 앞뒤로 돼있어 최대 2명까지 탑승하도록 설계됐다. 공차 중량 450kg의 날렵한 차체로 좁은 골목 사이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었고 이륜차와 비슷한 크기 덕분에 주차장 한 면에 두 대를 주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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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시트에 단단히 고정되도록 운전석에는 4점식 하네스 안전벨트를, 보조석에는 3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했다. 보호용 캐빈 루프는 일종의 큰 헬멧 역할을 수행하고 에어백도 장착해 안전성을 한층 강화시킨 형태다.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차량 내부는 심플했지만 직관적 조작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은 꼭 필요한 정보만 표시해 깔끔했고 비교적 실용적이었다. 배터리 잔량, 변속기 표시등, 속도, 시간, 순간 에너지 소비 및 재충전 상황을 표시하는 에코 미터 등 기본 요소만 나타내는 LC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자동 변속기는 스티어링 휠 왼편에 버튼 식으로 설계됐다. 주행(D), 중립(N), 후진(R)의 세 가지로 돼 있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핸드 브레이크는 차량 왼편 안쪽에 짧은 봉 형태로 자리 잡았다.

트위지는 도심형 운송수단의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며 유럽에서는 일반 가정 세컨드카뿐 아니라 카셰어링 차량, 도시 관광용, 공공 업무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교통이 혼잡하고, 배달 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에서는 공원 관리, 순찰 등 공공기관 업무 차량이나 제주도 등 도서 지역 내 운송 수단, 음식·택배 등 배달차량으로 권하고 싶다.


트위지 판매 가격은 △1인승 카고 1500만원 △2인승 1550만원이다. 정부보조금(578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200만~500만원)을 받으면 400만원대 구매도 가능하다.

<르노 트위지(Twizy) 주요 제원>

르노 트위지(Twizy) 주요 제원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