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초기 연구에서 후발 주자이던 한국이 상용화 포문을 여는데 국내 장비기업과의 긴밀한 협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노광, 증착 등 주요 전 공정 분야 장비 기술과 핵심 원천 특허 기반의 재료 기술은 미국과 일본이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OLED 상용 시대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한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땀과 열정도 상당해서 한국이 OLED 상용 시대 주도권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OLED 산업 초기부터 장비 개발에 뛰어든 대표 기업의 하나는 선익시스템이다. 현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디스플레이 PD로 활동하는 박영호씨가 당시 선익시스템에서 OLED 장비 개발을 주도했다. 액정표시장치(LCD)를 능가할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될 것으로 보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OLED 장비 개발을 제안했다.

선익시스템은 2003년 프랑스 톰슨으로부터 OLED 장비 납품 사업을 처음 수주했다. 그러나 최종 테스트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납품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후 문제점을 보완, 결국 최종 납품에 성공했다. 당시 선익시스템은 OLED 증착 장비 '서니셀(SUNICEL) 200'을 첫 개발함과 동시에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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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익시스템이 처음 개발한 양산용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장비 (사진=선익시스템)

디오브이도 1990년대 초부터 연구용 OLED 증착기를 국산화한 기업이다. 2005년에는 2세대 OLED 양산 장비를 국산화했다. 국내외 시장에 연구용 장비와 양산 장비를 다수 공급했다.

서울대 실험실 벤처 1호로 창업한 에스엔유프리시젼(현 에스에프에이)도 국산 유기물 증착 장비 상용화 기술 확보에 일찌감치 뛰어든 회사로 꼽힌다. 2006년 OLED 증착기 기업 에이엔에스의 지분을 인수, 기술력 향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중국에 5.5세대 증착기를 수출, 일본 독점 구조를 깨뜨리기도 했다.

한국이 세계 OLED 산업화 포문을 열고 시장 성장을 주도했지만 장비, 소재 등 후방 생태계 산업의 경쟁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통으로 부품, 소재 기술력이 높은 일본이 LCD에 이어 OLED 후방 시장에서도 추종 불허의 경쟁력을 잇고 있다. 한국 후방 기업이 상당 영역을 국산화해 일본 독점 구조 탈피에 기여했지만 전체로 볼 때 후방 생태계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지 않으면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영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이사는 “LCD 시장은 기술이 성숙해서 후방 기업이 고르게 성장했지만 OLED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데다 일부 기업이 시장 기회를 독점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장비뿐만 아니라 재료, 부품 등에 걸쳐 국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기회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꾸준히 길러내도록 기업, 정부, 대학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