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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3일자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란 제목으로 이 코너에 글을 쓴 지 어언 14년. 당시 혈기방자(?)한 40대 교수에서 이제 60대 초로의 교수가 돼 이 글을 끝으로 후학에게 지면을 양보할 때가 됐다. 지난날을 반추하고, 새 정부에 몇 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나는 9월 1일자 '경쟁력 유감'이라는 글에서 “안타깝게도 참여정부 첫 정보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IT839 계획에서 (중략) IT 분야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잘 계획되어 있으나 정작 정보통신기술(ICT)이 평생학습체제 또는 e러닝, 사이버교육에 대한 정책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중략) 왜냐하면 사오정, 오륙도 세대 양산은 개인·기업·국가적으로 너무 큰 손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2005년 9월 28일자 '취업이 뭐기에'에선 “피터 드러커는 저서 '미래사회'에서 새천년의 장밋빛 예상보다는 고령·노인사회 도래에 대한 경계심이 더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드러커의 진심 어린 충고보다는 그의 입을 빌려 미래사회 청사진만 선별해 듣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썼다. 이어 “이제 우리는 냉정히 되짚어봐야 한다. 지난 60~70년대 저출산 장려 인구 정책이 불과 30년 만에 너무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이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불과 30년 만에 사회 흐름이 이렇게 바뀔 동안 그 똑똑하다는 정치인과 경제 관료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이상 연정입네 지역 구도 탈피네 하며 정쟁을 일삼지 말고 머리와 마음을 합해 민초들이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참여정부를 계승한 새 정부가 출발했다. 적폐 청산부터 경제·안보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가 앞에 놓였다. 이들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해법이 현실 지향이기보다 미래 지향이길 기대한다. 왜냐하면 새 정부가 내놓을 정책은 새 정부 기간 5년 동안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오래오래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나는 4월 3일자 '기록하고 살려야 할 우리 IT 역사'라는 글에서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설마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야 만 것이다. 작년 말 대통령선거 때 예년과 달리 선거 공약에서 IT전략이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IT분야 투자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었지만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리라고는 솔직히 상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선거 운동 때 경쟁하던 시점인 8월 21일의 'IT 정책이 다음 정부 최우선 정책되길'이란 글에서 “지난 시절에는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해왔는지 어깨 너머로 보고 열심히 배워 앞선 나라를 따라왔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빨리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오히려 앞선 사례가 더 많다. 새로운 리더십에서는 열심히 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 잘되기 위해선 지식정보사회라는 새로운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을 통찰력과 혜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감(感)이 아니라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 정보기술(IT)로 세상이 변하는데 IT에 무지하거나 무시해서야 되겠는가”라고 피력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소망은 지난 9년 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2015년 3월 17일자 '학교 SW 교육만이 능사인가?'라는 글에서 “나는 의사·법조인·교사 등 세칭 인기 직종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은 유능한 인력이 인기 직종으로 쏠려서 의학전문대학원, 사법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야 하던 우리 사회의 다른 모습도 직시해야 한다. 미래부도 지적하고 있듯 우리나라 SW 개발 인력의 낮은 임금과 과도한 근무 시간 등 개발자 처우가 열악한 상황에서는 우수 인력 유인에는 한계가 있고, 또 요즘처럼 취업난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SW 인력 부족으로 구인난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이 새 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다로 논의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드론, 머신러닝(기계학습),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원천 기술은 우리나라가 주도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 정부의 정책이 또다시 기술 위주의 모양 갖추기 수준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역할을 반복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리더로는 변신할 수 없다. 이에 따라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새 정부 정책에선 인력 자원 정책을 포함한 장기 계획 아래 4차 산업혁명을 넘어 5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사항이 반드시 추가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준형 경희대 교수(전 교육대학원장) jhkim@kh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