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영화 '말리와 나' 포스터.

지난 2009년 2월 개봉한 '말리와 나'는 반려견이 가족 구성원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 영화다. 신혼생활을 시작한 기자 부부가 사고뭉치 반려견 말리를 키우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실감나게 담았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를 소재로 많은 이의 공감대를 얻었다.

영화는 반려견을 동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온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울타리로 묶는다. 말 못하는 짐승일지라도 반려견이 인간에게 갖는 애정과 충성심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주인과 반려견 사이에서 느껴지는 정서 교감은 영화 흥미를 더한다.

주인공 존은 영화 후반부에 “강아지는 당신이 부자인지 가난한지 똑똑한지 멍청한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뿐이죠. 당신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당신 곁엔 있나요?”라는 대사를 한다.

주인과 반려견 사이에서 '정서 교감'은 정말 존재하는걸까.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를 통해 '반려견이 주인이 내는 소리를 인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반려견에게 주인의 긍정적 감정을 '웃음소리'로, 부정적 감정을 '울음소리'로 들려줬다. 반려견은 주인이 내는 감정적 소리와 비슷하게 반응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주인이 우는 소리를 낼 땐 함께 흐느끼며 같이 위로하고, 주인이 웃음 소리를 낼 땐 꼬리를 흔들며 같이 기뻐하는 행동을 취한 것이다. 주인 심리상태가 반려견에게도 전달되는 '정서 전이'가 실제 존재한다는 결과다.

반려견이 주인 행동을 기억했다가 그대로 모방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헝가리 MTA-ELTE 동물행동 비교 연구그룹은 반려견이 인간처럼 '순간 기억'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반려견이 직접 경험한 사건을 공간적, 시간적 맥락에서 기억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17마리 반려견을 대상으로 주인이 평소 하지 않는 행동을 보여주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같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했다. 바닥에 펼쳐진 우산에 손을 대는 행동을 반려견에게 보여준 후 1시간 후 똑같은 위치에서 “해봐(Do it)”라고 외쳤을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다.

다수 반려견은 주인이 평소하지 않았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연구진은 먹이를 주면서 가르치는 보상 훈련이 아닌, 일화적 기억을 통해 주인과 같은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주인이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반려견이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 끝부분, 말리가 세상을 떠나는 날 가족은 말리 곁을 지켰다. 말리와 가족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으로 감정을 교환했다. 실제 주인과 반려견 사이에서 '정서 교감'은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 이뤄지고 있을지 모른다. 말로 표현을 못할 뿐이다. 반려견을 더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