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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홍욱 관세청장

오는 20일 우리나라에서 개막하는 U-20 월드컵축구대회에는 바누아투 선수들이 참가한다. 바누아투가 남서태평양의 인구 28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여서 한국과 교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이 나라 국민도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한국산 물품을 산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 직구가 수입의 한 종류이듯 역직구는 전자상거래 수출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직구를 통해 200개가 넘는 나라로 수출했다. 그 가운데 바누아투도 포함돼 있다. 온라인에서는 세계가 시장이다. 개인도 손쉽게 해외로 물건을 판매한다.

하루에 수만건의 전자상거래 수출입 신고가 들어오는 세관에는 역직구 판매자로부터 문의가 쏟아진다. 업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복잡한 국내외 통관 절차와 비싼 배송비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소규모 판매자에게는 보세 구역, 환급 등 무역 용어가 낯설 뿐만 아니라 수출입 제도가 기업간거래(B2B)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대에는 개인이 간편하게 수출 신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B2B 위주로 만들어진 수출 신고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전자상거래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출 신고도 전자 방식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 물품 정보에 구매자, 판매자 정보 등을 더하면 바로 수출신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가 된다. 쇼핑몰이 쌓은 데이터를 관세청으로 전송해 수출 신고를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자동화한 것이 관세청이 운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수출 신고 플랫폼이다. 지난 한 해 동안만 100만건이 이 방식으로 수출 신고가 됐다.

비싼 해외 배송비도 문제다. 부수 행정 비용은 통관 절차 간소화로 낮출 수 있지만 배송 원가는 배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관세청은 지난해부터 '한-중 전자상거래 해상 특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인천과 중국 칭다오를 오가는 쾌속 페리선을 활용, 항공 배송의 절반 이하 비용으로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과 부산을 오가는 쾌속선을 이용, 빠른 배송이 가능하도록 일본 세관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세계 무역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가 간 전자상거래 무역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무역 원활화라는 큰 틀에서 전자상거래를 어떻게 활성화할 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세계관세기구(WCO)도 국가 간 전자상거래 물품의 수출입 절차 간소화, 면세 한도 등과 같은 국제 기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알리바바,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DHL과 같은 국제운송 기업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국제 기준에 반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알리바바는 태국 정부의 전자상거래 분야 사업 개발을 맡았다. 오는 2020년 28조원으로 미국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2012년부터 해외 21개국 통관 제도를 컨설팅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자상거래 제도도 이 같은 통관 제도 컨설팅에 포함,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머리를 맞댔다.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이 있다. 서로 힘을 합쳐 폭풍우를 이겨 내고 무사히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보호무역주의의 흐름과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선점에 나선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기업이 적극 협력해서 우리 기업, 우리 제품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천홍욱 관세청장 chunhu@custom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