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극심한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치면서 정치 이슈 다음으로 자주 거론된 대화 주제가 미세먼지다. 도시 탈출을 이야기하는 사람, 이민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국에 대한 감정으로 연결하는 사람까지 인터넷 공간에서도 미래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죽음의 도시를 떠올리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건강 관리에 무관심하다는 표현으로 자주 쓰이는 “난 숨쉬기 운동만 해”라는 농담이 있다. 숨쉬기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정말 한반도에서는 '숨쉬기 운동'조차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미세먼지는 이제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다. 앞으로 위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 아니라 우리 곁에 상존하는 위험이 됐다.

막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서둘러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이를 인지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미세먼지 대책기구'를 설치하고,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도 시작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노후 발전소는 모두 폐쇄한다.

시의적절한 조치다. 미세먼지 대책은 현재의 어떤 이슈보다도 국민이 민감해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추후 좀 더 강력하고 확실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경유차 감축 등 응급 조치성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세먼지 대책은 더욱 전략 차원의 미래 지향으로 세워야 한다.

미세먼지 원인 규명과 대책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반도 미세먼지 원인의 상당 부분이 '중국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서 중국 측이 부담하는 공동 연구나 대책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등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교 전략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