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대 지구에 '인공태양'이 뜬다. 궁극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핵융합발전소 건설이 2040년대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과학기술 선도국이 협력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 청정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꼽힌다. 자원이 거의 무한하고 온실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폭발 위험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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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 국제기구 본부

인공태양 실험은 현재 프랑스 카다라쉬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7개국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를 건설하고 있다. 2024년 실험로 건설이 완료된다. 회원국별 할당된 주요 장치를 제작·조달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 중이다.

ITER 목적은 꿈의 에너지원인 핵 융합 에너지를 실증하는 것이다. 핵 융합 반응을 이용한 에너지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점친다. 실험로에서 500메가와트(㎿)급 열 출력을 내는 게 목표다. ITER 프로젝트는 장치 건설과 운영은 물론이고 감쇄, 해체 기술까지 확보한다.

인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여러 국가가 손 잡은 초대형 국제 과학기술 프로젝트다. 참여 국가도 실익이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는 ITER 주요 장치를 제작하면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곧 자국 내 핵융합 발전 기술 발달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2003년 ITER 프로젝트에 합류해 10대 주요장치를 제작, 조달하고 있다.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도 2007년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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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카다라쉬 ITER 국제기구 토카막 빌딩 건설현장

핵 융합 에너지는 핵 분열을 이용하는 기존의 원자력 에너지와 근본 원리가 다르다. 핵을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유사해 보이지만 정반대 물리 현상을 이용한다.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플로토늄 같은 불안정 물질이 안정된 상태로 변하기 위해 일으키는 핵 분열을 이용한다.

핵 분열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로 터빈을 돌리는 게 원자력 발전소다. 우라늄 1g이 핵 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가 석유 2톤을 연소시키는 것과 맞먹기 때문에 효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고 폭발 위험이 있으며, 우라늄 등 발전 연료 매장량이 제한적이다.

핵 융합은 핵 분열과 반대로 가벼운 원자핵 2개가 하나로 합쳐질 때 나오는 현상이다. 중수소, 삼중수소가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헬륨)으로 변할 때 매우 큰 에너지가 발생한다. 핵 융합 원료 1g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는 석유 8톤과 맞먹는다. 핵 분열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일으키는 셈이다.

더 큰 이점은 자원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에 많고 삼중수소는 지표면에 리튬으로 존재한다. 매장량 제한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핵융합 발전은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발전 후 부산물은 헬륨이다.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원천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핵융합 중성자가 구조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방사능량이 핵분열 원자력 발전의 0.04% 수준이어서 처리가 쉽다. 연료로 쓰이는 삼중수소도 방사능을 갖지만 반감기가 12.3년으로 매우 짧은 편이다. 핵 분열 이후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반감기가 1만년 이상이다.

우리나라 ITER 프로젝트도 최근 큰 산을 넘었다. ITER 한국 조달 품목 중 하나인 섹터부조립장비(SSAT) 제작을 마치고 출하했다. SSAT는 우리나라가 100%로 조달을 담당했다. 우리나라가 ITER 건설 현장으로 운송하는 최초 대형 구조물, 첫 번째 대형급화물(CE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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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조달하는 ITER 조립장비 SSAT

높이 23미터(m), 중량 900톤에 이르는 초대형 정밀 기계다. ITER 국제기구 조립 빌딩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토카막 주장치 핵심 부품인 진공용기 40도 섹터와 초전도코일, 열차폐체를 동시에 조립하는 장비다.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와 국내 기업 SFA가 개발해 4월 제작을 마쳤다. 14일 부산항을 출발, 6월 말 프랑스 마르세유항에 도착한다. SSAT가 제때 조달되면 현지에서 조립이 이뤄진다. 우리나라가 ITER 사업 순항에 힘을 또 한 번 보태게 됐다.


핵융합 발전소는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인공태양'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ITER 프로젝트에 늦게 참여한 편이지만 KSTAR 건설, 조달 품목 확대 등 성과를 내고 있다. 2040년대 핵융합발전소 건설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공태양 보육국 대열에 들어서겠다는 의미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