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우리나라 게임주(株)의 판도를 뒤집는다. 25일 공모를 시작해 다음 달 코스피에 상장하면 단숨에 우리나라 게임 기업 시가 총액 순위에서 압도적 1위에 오른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3조원이라면 지난 20년 동안 게임 업종의 왕좌를 지켜 온 엔씨소프트 7조원을 약 2배 앞선다. 비교 대상을 인터넷 기업으로 넓히더라도 네이버 26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카카오의 10조원보다 높다. 상장하자마자, 그것도 게임 기업이 코스피 20위권에 랭크되는 것도 우리나라 주식역사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

넷마블이 회사 설립부터 이랬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넷마블은 1990년대 후반의 닷컴 열풍을 타고 온라인 보드게임, 즉 당시 유행하던 '맞고(둘이서 치는 고스톱) 게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3대 맞고 게임에 들긴 했지만 이후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엔씨소프트, 넥슨 같은 회사들이 한국과 일본 시장에 상장하며 벼락 성공을 거둘 때까지도 현재 모습을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넷마블이 그야말로 '성장의 마블(마법)'을 일으킨 것은 대기업(CJ)과 합작을 통한 과감한 '개방 혁신'과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변하는 시기에 한발 앞선 '선제 혁신'이다.

이런 중요한 순간의 변화가 대기업이라면 가능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창업으로 성공한 엔씨소프트나 넥슨조차 이런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더딘 변화의 결과는 이번 시가 총액 순위 역전으로 이어졌다.

물론 한 기업의 자본 성공이 지금까지 모든 허물을 덮어 주진 않는다. 여전히 경쟁에 내몰린 개발자는 회사의 성공과 무관하게 불행하고 불안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넷마블이 성장을 이룬 뒤 보여 줄 책임의 길은 아직 멀다.

넷마블은 게임회사의 사회 가치를 충분히 확인했다. 창업으로 일으킨 회사가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 한계를 또 한 번 깼다. 그것만으로 자라나는 청년과 창업을 꿈꾸고 있는 수많은 예비창업자에게 주는 교훈의 빛이 너무나 크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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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