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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액침 노광 장비 트윈스캔 NXT 1980Di

일본 니콘이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을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고 24일 밝혔다.

니콘은 ASML의 액침(이머전) 노광장비가 자사 특허 11건을 무단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과 도쿄 지방법원에 소송했다. 아울러 독일 칼자이즈를 상대로도 현지 만하임 지방법원에 같은 소송을 냈다. 칼자이즈는 ASML에 광학 부품을 대는 협력사다. 니콘은 각국 법원에 양사 제품 유통과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특허 무단 사용에 따른 손해 배상도 청구했다.

노광은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이다. 액침 노광 장비는 193㎚ 파장의 불화아르곤(ArF) 엑시머 레이저에다 공기보다 굴절률이 큰 액상 매체를 접목, 해상력을 높인 장비다. 현재 대부분 첨단 반도체 양산 라인에서 이 장비가 쓰인다. ASML의 2016 회계연도에서 액침 노광장비가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76.3%에 달했다.

니콘은 2001년 12월 ASML과 칼자이즈를 상대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낸 적이 있다. 당시 양사는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다 2004년 포괄적 특허 공유 협약을 맺으며 분쟁을 일단락지었다. 이때 일부 특허는 영구 사용 계약을 맺었으나 그 외 특허 사용 계약은 2009년 연말부로 종료됐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유예기간도 2014년 연말로 끝이 났다.

니콘은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 ASML과 칼자이즈에 새로운 계약 합의를 요구했으나 그들이 우리 요구를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유예기간에 이뤄진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시다 카즈오 니콘 사장은 “ASML이 우리 액침 노광 기술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노광장비 사업을 확대해 왔다”면서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환경은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의 전제라는 생각 하에 제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ASML은 니콘 주장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니콘이 제기한 소송은 근거가 없는데다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행위”라면서 “법정이 아니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니콘과 계약 연장을 위한 협상을 맺고자 지속 노력했다”면서 “니콘이 협상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소송을 건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재 액침 노광장비를 시장에 공급하는 업체는 ASML과 니콘 둘 뿐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대부분 ASML이 독차지 하고 있다.


한편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소송 여파로 필요한 장비를 제때 조달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