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는 지점 감축이 상시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에 불어닥친 씨티은행발 인력 구조조정을 금융투자업계는 몇 년 전부터 겪었다. 지난해부터 허용된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은 금융투자업계의 점포 통폐합과 대체 투자 등 새로운 분야에 인력 재배치를 더욱 가속시킬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3905개에 이르던 국내 증권사 본부 및 지점 수는 지난해 말 2966개까지 감소했다. 국내 지점 수만 집계해도 같은 기간 1778개에서 1081개로 700개에 가까운 지점이 통폐합됐다. 5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 연 평균 100개가 넘는 지점이 문을 닫았다.

증권업계 지점 통폐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올해가 돼서야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것과 달리 증권업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무점포 시대가 열렸다.

2000년에 출범한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 위탁 매매의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키움증권 주식거래 점유율은 17.8%로 전년 대비 1.2%포인트(P) 상승했다. 개인거래 점유율은 26.3%로 전년 대비 2.5%P 상승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기존 방식을 지키고 있는 사이에 위탁 매매 수수료의 파격 인하 등을 무기로 온라인 특화 전략을 펼친 결과다. 지난해 비대면 계좌 개설 허용 이후 치열한 신규 계좌 확보 경쟁에도 신규 계좌 30~40%가 키움증권에서 생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이전까지 위탁 매매 시장을 선도하던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이 온라인으로 먼저 전환했다면 지금의 키움증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까지 증권사 경쟁 상대로 떠오른 만큼 증권사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가 지역 거점점포, 은행·증권 복합점포 설립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주식 거래를 하고 있는 만큼 지점 역할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점 단말기를 통해 이뤄지는 주식 매매는 온라인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갖춘 스타트업과 협력해 로봇펀드를 운용하려는 이유도 지점 및 인력 감축을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증권사 영업점은 고액자산가를 위한 전문 컨설팅 공간으로 바뀌고 일반 주식 투자는 모두 로봇이 운용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면서 “이미 콜센터 직원, 단순 창구 직원은 대규모 감축이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5년 동안 700여개 지점이 주는 동안 증권사 직원 수는 4만4055명에서 3만5699명으로 줄었다. 5년 만에 1만명에 이르는 증권맨이 증권업계를 떠났다. 정규직은 같은 기간 3만4329명에서 2만6398명으로 8000여명 줄어든 반면에 계약직은 400명 감소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점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콜센터 인력뿐만 아니라 리서치센터 연구원, 우수 영업인력 등을 고액 계약직으로 변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지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에 금융투자업계는 전통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대체 투자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비상장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강화, 부동산·항공기 투자 인력 확충이 주요 방편이다. 대형사뿐만 아니라 KTB투자증권, 교보증권, 신영증권 중·소형사도 마찬가지로 대체 투자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 투자 자산은 로보어드바이저 등으로 계량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벤처 투자나 실물 투자는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라면서 “증권사가 직접 투자를 통해 우수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등 기술 변화를 선도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