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反)정부 시위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 자동차업체 제네럴모터스(GM) 현지 공장을 몰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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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 본사

GM은 현지시각 20일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카라보보주 발렌시아에 있는 GM 공장과 생산시설·완성차 재고를 몰수했다며, 불법에 근거한 사법적 자산 압류인 만큼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5년간 베네수엘라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GM 베네수엘라 법인은 몰수 조치 이후 운영을 중단했다. 또 베네수엘라 노동자 2700여명을 일시적으로 해고했으며 69년간 활동해온 GM 베네수엘라 법인도 운영을 중단했다. 근로자와 3900명을 고용한 79개의 딜러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전망이다.

이번 몰수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달 들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취해졌다. 중도 우파 야권과 지지자들은 전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른바 '모든 시위의 어머니“로 명명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으로 대학생과 군인 등 3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체포되자 야권은 이날도 시위를 이어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산업이 외환 통제에 따른 원자재 부족과 부진한 소비 등의 탓에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브리지스톤, 제너럴 밀스, 프록터 앤드 갬블, 포드를 비롯해 다수의 다국적 기업은 최근 베네수엘라 사업을 줄였다. 포드는 지난해 12월 매출 부진을 이유로 발렌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외국계 기업의 공장과 자산을 몰수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20년간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기치 아래 1400여개 기업의 공장과 자산을 몰수해왔다. 이 가운데 상당 기업이 폐업했다.

지난해 7월 미국의 개인 위생용품 업체인 킴벌리 클라크가 베네수엘라 현지 생산을 중단하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킴벌리 클라크의 생산시설을 압류한 뒤 생산을 계속했다. 현재 세계은행이 지원하는 중재 패널에 25개 기업이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불법 자산 압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GM 몰수 사태와 관련, 성명을 내 공장 몰수의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라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번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무부는 공정한 사법 체계가 성장을 복원할 경제개혁에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앞으로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