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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연구소기업은 경제 성장 원동력...전주기 지원 필요하다

발행일2017.04.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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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어느새 국내 기업과 별 차이 없게 됐다. 화베이 중관춘, 화난 선전 지역에 불고 있는 창업 열기와 정부 지원 환경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뛰어넘으면서 중국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기술 창업 육성 제도가 있다. 바로 '연구소기업'이다. 연구소기업이란 공공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출자, 기업을 설립하는 기술 기반 창업 시스템이다.

어린 시절에 책에서 본 우화가 생각난다. 어떤 선비가 나루터에서 배 삯을 지불하다가 실수로 엽전 한 냥을 물속에 빠뜨렸다. 그는 뱃사공에게 “물에 빠진 엽전을 건져 주면 두 냥을 사례로 주겠다”고 했다. 의아한 뱃사공은 “한 냥을 건져 내기 위해 두 냥을 지불하는 것은 손해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선비는 “나한테는 손해지만 물속에서 사라질 한 냥이 세상에서 유통돼 엽전 한 냥 역할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선비의 생각처럼 공공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엽전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돕는 것도 필요한 역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 패키지 전극 소재를 개발,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연구자로서 책임 의식을 느꼈다. 후속 과제를 수행하며 창업을 준비한 끝에 연구소기업을 설립했다. 연구소기업을 택한 것은 초기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만 하면 금세 사업화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창업을 하고 보니 실험실에서는 파악하지 못한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기술보다는 고객 입장의 제품화나 제조 공정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다.

창업 아이템인 접합 소재의 상용화는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새로운 개념이어서 시장 필요성 입증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동안 매출은 전혀 없었다. 초기 자본금도 잠식됐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상용화 기술 개발에 많은 인력과 자금이 필요했다. 그때마다 큰 힘이 돼 준 것이 바로 연구소기업 지원이었다.

'연구소기업 기술이전사업화 지원 과제'에 선정돼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고, 연구소기업 커뮤니티인 '연구소기업협의회' 모임에 참여해 경영 지식과 문제 해결 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원 사업'으로 후속 연구개발(R&D)을 위한 추가 자본금도 지원받았다.

이 덕분에 올해부터 S사의 1차 벤더에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용 패키지 접합 소재를 공급한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용 제품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중국 화난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 시설을 구축,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진출 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그런데 연구소기업 지원 제도가 성장통을 겪기 시작했다. 유령 기업 의혹이 대표 사례다. 혜택을 노리고 특구에 사업장만 등록하고는 실제로 운영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의 연구소기업은 일찌감치 차단해야 한다.

외형 팽창보다는 내실 성장으로 지원 방향을 전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제 막 탄생한 연구소기업은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생애주기별 전 주기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20년까지 연구소기업을 10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숫자 늘리기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여기에 내실을 기하면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유난히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나뭇가지마다 하얀 꽃망울이 터졌다. 연구소기업 제도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 서서히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환하게 꽃피워 줄 기술 사업화 제도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문종태 호전에이블 대표 jtmoon@hojeona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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