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이 중구난방이던 의료기관별 안압계 측정 기준을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한 번 측정한 안압 측정값을 여러 군데 의료기관에서 공유할 수 있다.

표준연은 정세채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박사팀이 사람의 안구를 모사한 '인공안구 팬텀(인체를 본 딴 모형·이하 팬텀)'과 안압 측정기기를 기반으로 시중의 모든 안압계를 보정할 수 있는 기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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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채 표준연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박사팀이 개발한 인공안구 팬텀

그동안 각 의료기관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안압을 측정해 왔다. 기기나 바람으로 각막을 눌러 압력을 재는데 제조사·기기별 측정값이 모두 다르다. 진료병원을 바꾸면 이전 병원에서 얻은 안압 측정값은 쓸 수 없게 된다. 측정 정확도도 떨어진다. 사람마다 각막 두께, 곡률, 구성 성분도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안압을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모든 안압계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인공안구 팬텀(측정 기준 기기)과 팬텀 안압 측정기기를 고안했다.

인공안구 팬텀은 '고분자 실리콘 화합물(PDMS) 소재'로 만들었다. PDMS는 인체 친화형이면서 실제 안구와 유사한 성질을 띤다. 몰드 크기, 각막 곡률, 화합물 배율을 조정할 수 있어 인체의 개별 특성을 반영한 팬텀을 구현한다. 안압 측정기기는 '로드셀(하중을 전기신호로 출력하는 기기)' 방식을 적용, 팬텀의 내압을 정밀 측정한다.

시중의 안압계로 인공안구 팬텀의 내압을 측정하고, 연구팀의 안압 측정기기의 값과 비교하면 정확한 값을 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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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채 표준연 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 박사팀

연구팀은 이미 분당 제생병원과 함께 팬텀, 측정 시스템을 임상에 적용하는 협력 연구를 시작했다. 임상에서 실제 팬텀 효능을 확인하고, 안압계별 보정 수치를 얻는다. 앞으로 임상 적용 사례를 늘려 보정수치 신뢰성을 확보하고 안압 빅데이터를 만든다.

안압 빅데이터는 녹내장 치료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지역별, 생활환경별 고안압 분포 확인으로 체계적 녹내장 치료가 가능해진다.


정세채 박사는 “안압을 정밀하고 통일된 기준에서 측정하면 녹내장이 발병하는 원인,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매번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간편하게 안압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길도 열린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