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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연구실 안전사고 3년 간 2배 증가, 왜?

발행일2017.04.17 17:00

정부가 매년 연구실 안전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고는 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오히려 안일한 인식을 불러 사고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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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와 더불어 과학기술 발전 정책을 강화하면서 안전 확보를 필수 고려 사항으로 삼았다. '창조경제 및 국민안전구현'을 위한 국정 전략도 마련했다. 2013년에는 자율적인 연구실 안전관리 강화를 목표로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제'를 시행했다. 이듬해에는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 안전법)'을 개정, 안전점검·진단을 확대했다.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 신설, '연구실안전문화 확산 방안'도 수립했다.

Photo Image<연구실 안전 문제는 오래전부터 과학기술계의 주요 현안이자 연구자들의 관심사였다. 사진은 과학기술부 시절 열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
Photo Image<교육과학기술부 시절 펼친 연구실 안전문화 확산사업 캠페인 모습.>

그러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대학, 기업부설연구소에서 발생하는 연구실 안전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에 따르면 2012년 108건이던 연구실 안전사고는 2015년 216건으로 3년 동안 2배 늘었다. 대학 안전사고는 102건에서 171건으로 폭증했다. 출연연을 비롯한 연구기관의 사고도 6건에서 15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2년에는 단 한 건도 없던 기업부설연구소 사고는 2015년 30건으로 늘었다.

이유가 뭘까. 미래부와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는 가장 큰 이유를 사고 신고가 늘어난 데서 찾았다. 미래부는 2011년부터 연구실 사고를 보고하지 않는 연구소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관행으로 감춰 오던 사고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고위험 분야' 연구실이 증가한 것도 안전사고가 늘어난 요인이다. 고위험 분야 연구실은 화학약품, 독성가스, 고압가스 등을 사용하는 연구실이다. 몇 년 사이 여러 가지 분야를 한꺼번에 다루는 '융합연구'가 늘면서 연구실 위험요소가 늘었다. 실제 위험 분야 연구실은 2012년 2만2110개에서 2015년 4만2788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에 연구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의 현실성 없는 대책이 연구실 사고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보여 주기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교육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한 규정은 2006년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 안전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현행 연구실 안전법에는 안전시설·장비 구비 기준이 없다. 미래부의 '연구실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지침'도 단편 내용만 담고 있다. 특별안전점검·정밀안전진단 항목에 방호장치, 안전덮개, 방폭전기설비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정확한 설치 기준이나 규격은 없다. 연구실별 안전시설·장비가 중구난방식일 수밖에 없다.

'중대 연구실 사고' 규정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 연구실 사고는 '손해 또는 훼손의 정도가 심한 사고'를 뜻한다. 그러나 이를 다룬 연구실 안전법 시행 규칙은 △사망 또는 후유 장애 부상자 1명 이상 발생 △3개월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부상자 5명 이상 발생 등의 경우만 제한적으로 중대 연구실 사고로 인정하고 있다.

손가락 두 개를 잃는 폭발 사고도 부상 손가락에 따라 중대 연구실 사고가 아니게 된다. 지난해 3월 대전의 한 출연연에서 학생연구원이 플라스크 폭발로 왼손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을 잃었지만 일반 연구실 사고로 처리됐다.

미래부가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제는 과학기술분야 연구실 가운데 안전관리 수준 및 활동이 우수한 곳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2013년 시범 운영에서 10개 기관 16개 연구실이 인증 받았다. 2014년 18개 기관 24개 연구실, 2015년 23개 기관 36개 연구실이 새롭게 안전관리 우수 인증서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54개 연구실이 신규 인증을 받고, 기존 연구실 가운데 24개 연구실도 재인증을 받았다.

이를 두고 과학기술계에서는 '의미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비꼰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 및 연구기관이 보유한 연구실은 총 6만30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0여 곳을 심사, 상을 줘 봐야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종사자는 “안전 규정에 구멍이 뚫려 있으니 연구소들이 장비를 주먹구구식으로 구비하고 큰 사고를 단순 사고로 처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연구 현장에서는 정부의 과학 안전정책이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다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연구소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법령 정비와 관계 기관의 기능 강화를 가장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대책으로 꼽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구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구실 안전법이 만들어졌지만 이후 법령 보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각종 사고를 방치하는 꼴이 됐다”면서 “이 때문에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 등 기관도 힘을 못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실효성 있는 안전 확보 방안과 더불어 법 규정도 새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호원 미래부 연구환경안전팀장은 “올해부터 연구실의 성격별 구비 장비 기준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이 밖에 실효성 있는 연구실 안전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실 안전사고 현황 (단위:건)>

연구실 안전사고 현황 (단위:건)

<연구실 중대사고 (단위:건)>

연구실 중대사고 (단위:건)

<고위험 분야 연구실 현황 (단위:개)>

고위험 분야 연구실 현황 (단위:개)

<미래부 지정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 현황 (단위:개)>

미래부 지정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 현황 (단위:개)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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