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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이 출범 6년 만에 가입자 700만 고지를 돌파했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다. 기존 가입자는 이탈하는데 새 가입자는 유입되지 않아 전체 증가 속도가 예전만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알뜰폰의 경쟁 활성화 효과를 계속 누리려면 가격을 낮추면서도 수익은 보전해 주는 지혜로운 정책이 요구된다. 새 정부가 어떤 통신 철학을 갖는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알뜰폰, 12%의 함정 우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3월 현재 700만을 넘었다. 2011년 7월 출범 이후 6년이 채 안 걸렸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11%다. 알뜰폰 산업이 활발하다는 유럽 각국보다 1~2년 빠른 성장 속도다.

그러나 알뜰폰은 '12%의 함정'을 걱정한다. 알뜰폰 점유율이 12% 근처를 맴도는 현상이다. 알뜰폰 도입 초기에는 싼 가격에 사람이 몰리지만 점차 이동통신사가 가격을 내림에 따라 12% 부근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무제한 요금제'로 불리는 데이터 10GB 요금제를 보면 이통사가 6만5890원(부가세 포함), 알뜰폰 유심요금제 최저가가 4만2900원이다. 알뜰폰이 약 35% 저렴하다. 그러나 이통사의 '20% 요금할인(선택약정)'과 비교하면 이 격차는 18%까지 줄어든다. 2만원 이상 저렴하던 것이 1만원 이내로 좁혀지는 것이다. 느낌이 확 다르다.

새 정부가 이통사 요금을 내리면 알뜰폰의 입지가 더 줄어든다. 알뜰폰은 이통사에서 통신망을 빌려오는 대가(도매 대가)에 맞춰 가격을 내리는데 더 내릴 여유가 많지 않다. 알뜰폰 시장이 급성장한 2014년 이후 가입자의 2년 약정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탈자가 발생, 알뜰폰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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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사용료 등 과제 산적

알뜰폰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지원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당장 9월 말 만료되는 전파사용료 면제 혜택이 발등의 불이다.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10월부터 꼼짝없이 전파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통사와 동일하게 매달 가입자당 461원을 낸다. 혜택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세수 확보' 명분을 내세운 정부는 선뜻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알뜰폰이 통신망을 빌리면서 이통사에 내는 돈을 줄이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통사가 '원가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 이 또한 쉽지 않다. 통신망 구축과 과금시스템 운영에 비용이 드는 가운데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면 시장질서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도매 대가가 대표적이다. 알뜰폰은 롱텀에벌루션(LTE) 요금제 상품을 하나 팔 때마다 매출(부가세 제외)의 50%를 이통사에 준다. 정부가 도매 대가를 5대5(고가요금제 기준)로 정했기 때문이다. 기본료도 5000원이나 낸다. 유심비나 인지세 등은 1회용 비용이라 하더라도 기본료는 매달 내는 것이어서 부담이 크다.

알뜰폰 업계는 차라리 특별법을 만들어 법적 지위를 분명하게 해 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별정통신사업자로 분류되고 있는 알뜰폰 사업을 통신비 인하라는 공익성을 감안, 별도의 지위를 달라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에 입장을 설명했지만 특정 산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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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키울 건가…근본 고민 필요한 때

알뜰폰 성장은 순전히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이통사의 양보를 더 끌어낼 것인지 현상 유지를 할 것인지 정부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가 고민하는 이유는 알뜰폰 성장이 무조건 통신 산업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도한 통신비 인하는 투자 의욕과 통신 품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수많은 사례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알뜰폰 내부에서도 나온다. '반값 유심'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이통사의 절반 값에 주는 파격 상품이다. 그러나 원가 이하임이 명백해서 알뜰폰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반값 유심은 자신과 시장 모두를 망가뜨리는 '약탈적 요금제'”라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다른 알뜰폰의 LTE 시장 진출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은 새 정부로 넘어갔다.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알뜰폰의 운명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통사와 도매 대가 협상을 시작하고, 전파사용료 추가 면제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데이터 사전구매제 등 논쟁적 정책도 판단이 필요하다.

무조건 가입자만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현재 알뜰폰에서 중고가 LTE 요금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중저가 요금제가 많은 2G, 3G 비중이 78%에 이른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알뜰폰은 누적 3조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로 물가 안정에 큰 공을 세웠다”면서 “인위적 통신비 인하보다는 알뜰폰 점유율을 15%까지 키워서 자율 경쟁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