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QLED TV'를 발표한 뒤 국내외 디스플레이 학계에서 소비자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학계에서 연구개발(R&D)해 온 양자점(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뛰어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이에 비해 이번에 선보인 삼성 신제품은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를 기반으로 퀀텀닷(QD) 필름을 채택한 QD-LCD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신제품 카테고리를 QLED TV로 채택한 것은 일반 소비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QLED와 OLED 차이점은 무엇인지, 시장에 등장한 QLED TV가 실제 채택한 QD-LCD 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Photo Image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QLED TV' (사진=전자신문DB)

◇'QLED TV'와 실제 QLED 기술, 왜 다른가

세계 디스플레이 학계와 업계에서 사용하는 QLED 용어는 양자점유기발광다이오드(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s)를 뜻한다. QD-LED로 불리기도 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s)와 구조가 유사하지만 유기 소재 대신 양자점(퀀텀닷·QD) 소재를 사용해 OLED 단점을 보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힌다. 상용화까지 최소 5년이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논란이 된 삼성 QLED TV와 실제 QLED의 가장 큰 차이는 소자다.

삼성 QLED TV 패널은 자체 발광하지 않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사용한다.

OLED의 유기물과 무기물인 퀀텀닷은 아무 도움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소재다. 반면에 액정은 스스로 빛을 내는 물질이 아니다. 전압을 걸면 액정이 각도를 달리하며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빛이 액정 사이를 통과하면서 각도에 따라 빛의 양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게 LCD다.

액정이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LCD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하다. LED를 촘촘히 배열한 백라이트유닛(BLU)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BLU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LCD의 전력 효율, 밝기 등 성능이 달라진다. 적·녹·청(RGB)색을 표현하기 위해 컬러 필터도 필요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패널은 LCD다. 올해 출시한 프리미엄 TV 'QLED TV'도 LCD다. 다만 기존 LCD에 퀀텀닷을 균일하게 분산한 양자점성능향상필름(QDEF)을 추가해 일반 LCD TV보다 색 재현 및 밝기 성능을 높였다. 업계는 LCD에 QDEF를 부착한 것을 QD-LCD라고 지칭한다.

QDEF는 기존의 컬러 필터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더 다양한 색을 표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풍부한 색감을 표현하는 색 재현 성능이 기존의 LCD보다 훨씬 뛰어난 게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일반 LCD TV가 1600만가지 색을 구현하는데 비해 2016년형 SUHD TV에 적용한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약 10억가지 색을 구현한다고 밝혔다.

2017년형 QLED TV는 QDEF의 퀀텀닷 입자에 메탈 소재인 산화알루미늄을 입혀서 색 재현 성능을 더 끌어올렸다. 빛의 파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더 정확한 색상을 표현한다.

Photo Image
일반 LCD TV와 삼성전자 2017년형 QLED TV간 색재현력 비교 (자료=삼성전자)

◇QLED, 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나

발광다이오드(LED)는 형광화합물에 전류를 흘려보내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다. 백열전구의 전환 효율이 5%인데 비해 LED 조명은 최소 40%에서 최대 90% 수준으로 높다. 수명은 형광등의 100배인 10만시간에 달한다.

일반 LED는 표현하려는 색에 따라 갈륨비소인(GaAsP), 셀렌화아연(ZnSe), 인듐질화갈륨(InGaN) 등 다양한 형광 화합물을 소재로 사용한다. 반면에 OLED 소재는 유기화합물, QLED 소재는 퀀텀닷이다. 소재가 다른 만큼 빛을 내는 구동 원리가 일반 LED와 다르다.

OLED와 QLED는 빛을 내는 소자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 양극(anode), 정공주입층(Hole Injection Layer), 정공전달층(Hole Transport Layer), 발광층(Emitting Layer), 전자전달층(Electron Transport Layer), 전자주입층(Electron Injection Layer), 음극(cathode)의 적층형 구조다. 각 전극에서 전하를 전달·주입해 재료가 발광하게끔 만든다. 소자가 하나하나 스스로 발광하는 점도 동일하다.

재료 특성 때문에 QLED는 OLED의 단점을 보완할 신기술로 평가받는다. 퀀텀닷이 무기 소재인 만큼 유기물인 OLED보다 내구성이 높고 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제조 단가도 낮아 OLED보다 저렴한 가격에 QLED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Photo Image
머크의 퀀텀닷 소재 (사진=전자신문DB)

가장 큰 장점은 잉크젯 프린팅 공정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재료라는 점이다. OLED 재료는 고체의 가루 형태다. 노즐에서 잉크를 분사하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에 적용하려면 용액 형태로 바꿔야 한다. 고체를 용액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특성이 변형되는 등 기존의 성능에 손실이 있을 수 있다. 퀀텀닷은 기본적으로 용액 형태여서 적용이 수월하다.

디스플레이 제작 공정에서 고온을 이용한 열 증착 대신 인쇄 방식의 잉크젯 프린팅을 사용하면 공정 과정을 줄일 수 있어 제작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대형 패널 생산에 유리한 공정 기술로 평가받는다.

Photo Image
LG전자가 올해 출시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사진=전자신문DB)

현재 디스플레이 기업은 잉크젯 프린팅에 적합한 OLED와 QLED 재료 기술을 모두 R&D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QLED 기술을 앞으로 3년 안에 상용화해 이를 적용한 TV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계는 QLED 기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상용화 수준까지 발전하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희 서울대 교수는 “QLED는 OLED 발광 원리와 구조가 비슷해서 기존의 OLED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실제 양산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한 R&D 기간이 OLED보다 짧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