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게티이미지

한국이 법적 규제로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 중 가장 큰 근거리무선통신(NFC)에서 뒤처지고 있다. 구글, 알리페이, 텐센트 등 글로벌기업의 한국 진출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결제시장 종속이 우려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주축으로 출범한 모바일협의체가 근거리무선통신(NFC) 시범존 사업을 준비했지만 수 개월째 시작도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다.

국내 8개 카드사는 외산카드사와 글로벌기업 페이 종속을 막기 위해 NFC 시범존을 벌이는데 합의한 바 있다.

당초 지난해 연말 카드사들은 보유 가맹점을 대상으로 토종 모바일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8만여곳을 1차 선정해 NFC 결제 환경을 구축하는데 합의했다. 결제 단말기 개발도 완료했고 예산도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NFC시범사업에 대해 여신전문금융업법(리베이트 금지조항)을 적용, 법 위반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수 개월째 법만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

시범사업 확대를 위해 개발한 결제 단말기 보급이 필요한데 이를 카드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행위를 리베이트 제공으로 정의한 것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경영진까지 나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비조치 의견을 요청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묵묵부답이다.

NFC는 한국 교통카드에 적용한 기술이다. 이를 온·오프라인 모바일결제 수단으로 확대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일반 가맹점 NFC 인프라는 5%도 안 된다. 앞선 기술을 먼저 갖췄지만, 모바일결제 전환에는 실패한 셈이다.

이미 중국 은련, 미국 애플 등은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자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NFC 진영을 구축했다. 구글, 알리페이,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은 하반기부터 한국에 진출한다. IT강국 한국을 모바일결제 테스트베드로 삼아 동남아벨트 전역으로 자사 페이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카드업계가 뭉쳐 독자 NFC규격을 추진한 것은 이런 글로벌기업 종속을 탈피하자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결제 접점을 가진 카드사지만 IT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통신과 스마트폰 제조사, SNS 기반 이종기업까지 모바일결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드사 장점도 사라졌다.

한국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만 10개 이상 성업 중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20%를 넘는 곳이 없다. 시장 초기 단계이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결제에서 삼성페이를 제외하고는 시장 안착을 논하기 어렵다.

NFC방식 결제 서비스가 정착되면 모바일 카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실물카드와 연계된 서비스 방식이 크게 변화될 수 있다.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사업 확장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기업 간 시각차이로 유관 기술표준 종속은 물론 기존 소비자까지 외산기업에 내줄 위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NFC 결제 인프라를 초기에 정착시키지 못하면 서비스는 물론 가맹점 인프라까지 외국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며 “수 차례 NFC시범사업을 공공사업으로 지정하거나 리베이트 금지 조항에 예외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내부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