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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제조공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외국 로봇이 미국 공장을 공습하고 있다”며 미국 제조업이 처한 위기 상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95년만해도 미국 기계시장에서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81%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이 비중이 63%로 줄었다. 반면 외국제품이 미국 기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9%에서 2015년 37%로 두 배 정도 늘었다. WSJ는 이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유럽과 일본에 크게 밀리며 실지 회복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로봇 팔과 디지털 기계장비, 정밀포장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첨단 기술인 '유연 제조 장비(flexible manufacturing equipment)' 분야에서 세계를 상대로 큰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일본과 EU를 상대로는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이 분야에서 일본과 유럽, 스위스 등을 상대로 4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세계를 상대로는 4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냈다.

이런 추세가 지난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미국은 2003년부터 10년 넘게 '유연 제조 장비' 분야에서 일본과 EU를 상대로 적자를 봤다.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때는 2011년과 2012년으로 약 70억 달러에 달했다. 가장 적은 적자는 2003년과 2004년으로 19억 달러 정도였다.


미시간주 정밀 부품 제조업체 비커스 엔지니어링이 처한 상황은 이를 잘 말해준다. 2006년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려 했던 이 회사는 미국산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유럽과 일본산 가운데 하나를 택했다. 루이지애나주의 플라스틱 부품 제조업체 임원도 “혁신적 기계 공급선을 알아보기 위해 산업 전시회를 찾곤 하지만 매년 유럽과 일본 업체들만 마주친다”고 말했다.


중국은 로봇을 포함한 10개 첨단 산업을 글로벌 제일로 육성하기 위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라는 제조업 육성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가 독일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를 인수한 바 있다. WSJ은 “세계 최초 산업용 로봇은 1961년 뉴저지주 트렌턴의 제너럴 모터스(GM) 자동차 공장에 설치됐다”면서 “하지만 1980년대부터 미국 제조업은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수요 부진과 달러화 강세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미국 기계장비업체 10곳 중 7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침체에 시달렸다. 기업이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되면서 미국 제조업계의 위상 추락은 21세기에도 지속됐다. 반면 일본과 유럽은 전자와 의약품 등 각종 산업 수요가 기술 발전을 이끌었고, 정부도 활발히 자금을 지원, 현재의 발전을 이뤘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