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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꿈을 품었지만 법 개정을 기다리다 기운이 많이 빠졌죠.”

다음 달 3일 영업을 시작하는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결국 반쪽짜리로 문을 열게 됐다. 혁신 핀테크 유전자로 무장해 '금융계 옥동자'로 기대를 모은 인터넷은행이 규제 장벽을 결국 넘지 못하면서 기대치가 크게 떨어졌다.

산업 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국회에 묶여 있는 은행법 개정안 통과는 힘들어 보인다.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야 한다. 공격적 영업엔 높은 부실 채권이 뒤따르고, 전산시스템과 보안 등 각종 투자비용도 단기간 크게 발생한다. 사업 초기에 당연히 자본금을 까먹을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리 잡은 미국, 중국에서도 그랬다.

은행법상에는 산업 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 의결권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이끌고 있는 KT와 카카오의 현재 지분은 10% 미만이다. 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려야만 확실한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 우려하는 '재벌의 사금고화'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몇 개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일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층과 소상공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유관 산업 파급 효과가 크고, 새로운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된다.

시작 전부터 규제에 얽매이기보다 문을 연 다음에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감독기구를 통해 정확히 감시해 부작용을 막는 방법으로 가야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겨우 걸음마를 뗀다. 달리기 위해 대규모 자본 확충과 투자 등이 절실하다.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 족쇄를 풀어 줘야 한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