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하나 둘 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그룹 자체 경쟁력에 의존하던 현대차의 연구개발(R&D)이 대외 협업 쪽으로 빠르게 전환할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협력업체들의 공동 개발 성과가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이타스코리아와 함께 모델 기반 엔진 캘리브레이션(보정) 방법을 개발해 기존 방식 대비 시험 시간을 76%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Photo Image
이타스코리아 직원들이 이타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시험하는 모습

캘리브레이션은 타깃하는 시장에 맞게 토크·점화시기·배기온도 등 엔진 출력값을 최적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보통 완성차 회사들은 테스트벤치에 엔진을 설치한 이후 운전구간과 엔진 파라미터 모든 조합을 시험해야 했다. 흡입공기 충진 모델 하나만 해도 각 요소를 조합하면 2만 3000여개를 측정해야 하는데 거의 3달이 소요된다.

현대차 시험팀과 이타스코리아 연구원들은 이타스의 ASCMO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시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들은 전체 운전 구간을 대상으로 엔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입력변수를 고르게 분산시키고, 측정 지점 수를 최소화 하는 실험 계획을 이타스의 SW로 세웠다.

현대차는 효율적인 시험을 위해 자동화를 구현했다. 자동화 시험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다시 해당 SW로 가져와 모델링 알고리즘을 사용해 글로벌 엔진 모델을 생성했다. 이후 여러 한계조건을 반영해 최적화했으며, 캘리브레이션된 데이터들을 추출한 뒤 전자제어장치(ECU)에 적용해 확인 시험까지 시행했다.

기존 시험방법과 거의 흡사한 데이터를 얻으면서도 시험 시간은 76%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결과에 대해 현대차 연구원과 이타스의 엔지니어들이 공동으로 기술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는 외부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Photo Image
기존 캘리브레이션 시간과 모델 베이스 캘리브레이션 시간 비교. 출처=이타스코리아
Photo Image
이타스코리아 직원들이 모여 테스트 결과에 대해 의논하는 모습

최근 프랑스 복합소재전시회에서 기술혁신상을 수상한 경량소재 루프랙도 현대차와 LG하우시스의 3년여간에 걸친 공동 개발작이다. 3년 여전, 현대차는 기존 알루미늄 소재 루프랙을 경량화 소재로 전환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다. LG하우시는 알루미늄보다 무게가 30% 가볍고 부품 수도 5분의 1로 줄어드는 연속섬유복합재(CFT)를 루프랙 소재로 제안했다.

상용화 경험이 없었으나 두 회사는 제품 개발부터 평가까지 함께 진행하기로 하고 상용화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차가 상품기획과 설계를 한 후 LG하우시스가 차량에 맞게 제품을 설계하고 금형과 부품을 제작해 제공했다.

차량 적용 전 개별 부품의 강도와 내구성, 내하중 테스트도 별도로 진행했다. 이후 현대차는 실차 단위 평가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를 위해 기후가 척박한 애리조나 지역에서 3년 동안 실외에 차를 노출하면서 외형 변형이 일어나는가를 테스트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혁신 소재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Photo Image
LG하우시스 중앙연구소에서 LG하우시스 경량화부품 연구원들이 루프랙 제품을 검수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가 지난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가동한 '프로젝트 아이오닉'에서도 성과물이 나왔다. 프로젝트 아이오닉은 보다 광범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아이디어를 수시로 접수하고 개발팀과 실효성을 타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TI코리아는 카 셰어링의 가장 큰 단점인 '내 차 같지 않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자동차에 탑승하기 전 휴대전화 앱에 저장된 운전자 맞춤 데이터에 의해 자동차 내부의 특정 시스템을 미리 조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TI코리아는 현대차 사내벤처(tune!t)와 커넥티드카를 구현하는 무선게이트웨이 ECU(Wireless Gateway ECU) 시스템을 1년 6개월 간의 협력 끝에 개발했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계속 바뀌는 카셰어링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한 기술로, 카셰어링 이용자는 탑승 전에 미리 저장해 둔 설정에 따라 시트, 열선·통풍, 아웃사이드 미러, 윈도우 등 차량 내 시스템을 셋팅할 수 있다.


김진형 이타스코리아 대표는 “개발비용과 시간단축을 위해 개발 효율화 개선이 개발팀의 지상과제가 되면서 툴과 솔루션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면서 “글로벌경쟁력을 가진 파트너들과 함께 공동개발을 진행하면서 효율화 개선은 물론 기술혁신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